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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황금주' 도입…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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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모 일간지가 '황금주 도입이 추진다고'고 보도하고 법무부가 이를 일부 부인한 뒤 법무부 상사팀은 종일 업무가 마비됐다. 황금주 도입 여부를 묻는 각계의 전화 때문이었다.

"창업 초기의 비상장 벤처기업에 예외적으로 거부권부 주식을 허용하지만, 황금주 허용은 아니다"는게 법무부의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거부권부 주식은 황금주 아니냐" "당초 황금주 도입 안 하기로 하지 않았냐"는 전화에 법무부 실무진들은 진땀을 뺐다.

이처럼 혼선이 빚어진 것은 정부의 갑자기 뒤집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황금주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상법 개정을 주도한 법무부 산하의 '회사법 개정 민관특별분과위원회'(이하 위원회)도 지난달 전체회의를 열고 거부권부 주식, 복수 의결권 주식 등 넓은 의미의 황금주를 일체 도입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4일 법무부가 발표한 상법 개정시안 발표 자료에도 거부권부 주식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었다. 지난 23일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도 거부권부 주식 도입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날 느닷없이 "거부권부 주식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부 주식 도입안을 포함키로 한 것은 지난달말.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결정된 뒤다. 위원회에서 이미 부결된 내용을 법무부가 전격적으로 끼워넣은 뒤 발표 자료에서는 다시 제외한 것이다.

법무부 상사팀 관계자는 "위원회의 방안은 이미 나와있었지만 벤처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거부권부 주식의 일부 허용방안을 추가했다"며 "벤처기업 등 소규모 회사의 경우 자금조달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당시 발표 자료에는 빠졌지만 개정안에는 이미 포함돼 있었다"며 "갑자기 추가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원회의 결정대로 황금주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극히 일부를, 그것도 예외적으로 도입키로 한 것을 두고 황금주를 도입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황금주에 속하는 거부권부 주식이 국내 상법 체계에 들어오게 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허용 범위 확대를 통해 상장사에도 황금주가 허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정부가 반(反) 재벌 정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재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위원회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당초 위원회내 제2소위에서는 재계와 일부 학자들의 주장으로 황금주 도입 방안이 통과됐다"면서 "결국 전체회의에서 부결됐지만, 이후 재계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황금주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군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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