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만난 김정은 "아이들 평생 핵 지게 할 순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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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 센터장. [연합뉴스]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 센터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차 방북했을 때 자신의 자녀들이 평생 핵을 지니고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2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을 수행해 평양에 갔을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김 위원장이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게는 아이들이 있다"며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지닌 채 평생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전 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면담 동안 비핵화하겠다는 의도를 확인했을 뿐 아니라 북미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욕구도 강력히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지난해 폼페이오 장관의 1차 방북 배경에 대해 지난해 3월 방북 후 특사단으로 방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김 위원장이 비핵화할 의지가 있다'고 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폼페이오 장관의 네 차례 방북에 모두 동행하는 등 북미 막후 협상 과정에서 '키맨' 역할을 해온 한국계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20일자로 은퇴한 뒤 이 연구소의 방문학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처럼 미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 출신 인사가 공개 강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김 전 센터장이 공개적인 발언에 나선 것은 현직에 있을 때를 포함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센터장은 이날 강연에서 "오늘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단지 개인적인 견해로, 미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오는 27∼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미정부가 북한을 향해 보내려는 메시지와도 무관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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