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국당 후보연설회서 또다시 '태극기 부대'의 욕설과 야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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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마지막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야유와 욕설이 다시 등장했다. 전날 부산 연설회를 계기로 장내 소란이 사라지는 듯 했으나 하루만에 다시 ‘태극기 부대’의 실력행사가 부활했다.

한국당은 22일 오후 수도권과 강원 지역 당원들을 대상으로 성남실내체육관에서 마지막 후보 연설회를 열었다. 행사 초반만 해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전대 초반에 야유를 받기도 했던 김병준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선 오히려 박수가 쏟아졌다. 김 위원장이 “존경하는 국민, 당원 여러분”이라며 운을 떼자 객석 한 구석에서 “김병준”을 연호하는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도 “예.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지만 오세훈 후보의 연설 내용이 태극기 부대의 뇌관을 건드렸다. 오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 “탄핵을 인정하자”, “도로 친박당, 탄핵총리로는 총선 필패다”, “5.18 망언도 사과하자” 등의 주장을 펴자 객석이 폭발했다. “내려가라”는 거친 고함소리와 함께 욕설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하는 오세훈, 황교안, 김진태 후보가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에게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하는 오세훈, 황교안, 김진태 후보가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에게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연설회에는 전대 기간 최다 인원인 5000여명의 당원들이 모였다. 당 대표 후보들은 마지막 연설회인만큼 자신의 강점을 집중적으로 내세우며 한 표를 호소했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의 비전을 제시하는데 집중했다.

그 동안 통합을 가강조했던 황교안 후보는 ‘힘 있는 야당’이 필요하다며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황 후보는 연설 첫머리부터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힘 있는 새 인물, 힘 있는 야당이 필요하다. 압도적 지지로 힘 있는 당 대표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新)적폐저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이 정권의 국정농단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약점으로 거론되던 중도 확장성에 대해서는 “한국당 깃발 아래 자유우파를 하나로 모으겠다. 청년과 중도층도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진태 후보는 당 우경화 논란을 정면 반박했다. 김 후보는 “5.18 때문에 우리당 지지도가 떨어진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당 지지도가 반등한 결과도 있다”며 “지지율 조금 떨어지는 거 같으니 문재인 정부 향할 총구를 우리에게 대고 있다. 내부 총질을 하질 않나. 희생양을 찾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을 존중해야 하지만 민주당의 여론을 따를 필요는 없다. 제1야당이 민주당에게 사육당해서야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자유한국당 당원들. [뉴스1]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자유한국당 당원들. [뉴스1]

오세훈 후보는 당원들의 위기 의식을 자극했다. 오 후보는 “영남권 다 이겨도 수도권ㆍ강원 130석을 잃으면 총선은 참패다. (여권이) 사회주의 개헌을 하자고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TKㆍPK에서 야유와 삿대질 속에서 표 의식하지 않고 죽을 각오로 외쳤다”며 “피눈물 나는 충심을 이해못하시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황교안 후보를 향해 “탄핵총리임에도 탄핵을 부정하는 오락가락, 우유부단한 대표로는 내년 총선은 필패”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당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를 집중 성토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있다. 먹방 보면 살 찐다고 먹방을 규제하고, 얼굴 예쁜 연예인 많이 나오면 성형수술한다고 연예인 외모 규제를 하려한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체크리스트로 규정한 민주당을 겨냥해 “내가 하면 체크리스트,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냐”며 “내체남블 정권”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전대 레이스의 공식일정은 23일 TV토론회(MBN)를 제외하면 투표와 전당대회 당일 행사만 남았다. 한국당은 23일 선거인단(책임당원ㆍ일반당원) 모바일투표, 24일에는 선거인단 현장투표를 실시한다. 25~26일에는 일반국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27일 전당대회에선 선거인단 37만8067명의 투표(70%)와 일반 국민여론조사(30%)를 합산해 새 지도부 선출결과를 발표한다.
성남=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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