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도 급식 직영 의무화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회 교육위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달 중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야 모두에서 "최근 급식 파문 탓에 예산 소요나 실효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고 졸속 입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장은 직접 급식을 관리 운영해야 한다. 초.중학교에서는 관할 시.도 교육감의 승인을 받아야 급식을 위탁할 수 있다. 고교에서도 학교가 직접 식재료의 선정과 구매.검수를 해야 한다.

초.중.고교에서 영양교사와 조리사의 채용이 의무화된다. 개정안대로 법이 확정되면 영양교사 3000여 명도 새로 채용된다.

열린우리당 교육위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사실상 법의 정신은 직영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고교에서도 조리나 설거지 정도만 위탁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단 현재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의 경우 업체와의 계약 기간을 감안, 3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는 규정을 뒀다. 계약 기간이 3년 이내일 경우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바로, 3년 이상일 경우 3년 뒤 법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고정애.이가영 기자

[뉴스 분석] "예산 검토 없이 졸속 처리"
"직영학교도 급식사고 많아"

지난 2년간 국회에서 낮잠 자던 6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불과 하루 만에 여야 간 타협점을 찾게 됐다. 급식 대란으로 여론이 나빠지자 쫓기듯 개정안을 처리했다는 인상이 짙다.

개정안의 핵심은 모든 초.중학교의 급식을 학교에서 직영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학교가 위탁 또는 직영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대기업 등 외부 업체에 급식을 맡기려면 교육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야는 시행령을 만들 때 교육감이 위탁급식을 승인해 줄 수 있는 조건을 까다롭게 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위탁급식을 하고 있는 전국 중학교 720개가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위탁급식 학교가 직영으로 전환하려면 1500억원(시설비.운영비.인건비)이 들 것으로 교육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학교당 시설비 1억원, 운영비와 인건비 1억원 등이다. 그러나 실제로 직영급식으로 전환하는 데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이 들 수 있다. 한 교육위원은 "급식 파문 탓에 이틀 만에 법안이 졸속 마련돼 얼마의 예산이 필요한지 정확한 검토가 없었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이 돈을 국고가 아니라 지방교육청의 지방비와 교부금으로 전액 충당할 방침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채가 많은 시.도교육청의 재정난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부채 규모는 6조원에 달한다.

개정안의 또 다른 특징은 음식 재료에 대한 규정을 까다롭게 한 것이다. 음식 재료에 대한 책임은 학교장과 부분 위탁받은 업체가 공동으로 진다. 초.중학교뿐 아니라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식중독이나 안전사고는 물론이고 ▶원산지 표시 ▶유전자 변형 농산물 표시 ▶축산품 등급 표시가 제대로 안 된 음식 재료를 사용해도 학교장과 교직원이 징계를 받는다. 학교장의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원산지 등이 허위로 표시된 재료를 사용한 위탁업체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다.

이 밖에 이번 개정안에 따라 일선 학교는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이라는 위탁 급식의 장점을 살리기 힘들게 됐다. 학교는 앞으로 입찰을 통해 개별적으로 업자들과 공급계약을 해야 한다. 학교들이 공동으로 구매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급식비 상승이라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직영급식의 식중독 발생률이 위탁급식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점을 들어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도 직영 전환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직영이 학교급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직영에 따른 또 다른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급식 사고 탓에 직영화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직영급식 학교에도 사고가 많았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 직영급식=학교장 책임 아래 학교가 직접 급식을 하는 방식이다. 학교가 음식 재료 선정, 조리 위생 등 전 과정을 챙긴다.

◆ 위탁급식=학교와 계약한 민간업체가 급식을 한다. 식중독 등 사고가 발생해도 모든 책임은 위탁급식 업체에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