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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전문가 조엘 위트 “트럼프, 북미회담을 노벨상 기회로 보는 협상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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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핵문제를 38 노스 조엘 위트 대표에게 묻는다'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핵문제를 38 노스 조엘 위트 대표에게 묻는다'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 출신이자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38North) 대표인 조엘 위트는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노벨상 수상의 기회로 보는 모험가이자 협상가”라며 “트럼프의 독단적인 성격을 고려했을 때 그는 김정은이 진실하지 않다고 느끼지 않는 한, 미국 내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과 외교적 절차를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한국외교안보포럼(회장 이수혁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 조찬 간담회에 발제자로 참석해서다.

조엘 위트는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별대사의 선임 보좌관 출신이다. 지근거리에서 갈루치의 조력자 역할을 했고 1995년 클린턴 정부에서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냈다. 2013년부터는 38노스 대표를 맡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 전력 증강,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의 징후를 포착하는 활동을 해왔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외교안보포럼(회장 이수혁의원)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가운데)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 관련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외교안보포럼(회장 이수혁의원)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가운데)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 관련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엘 위트는 “저는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99%의 업무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데, 기이하게도 북한에 대한 그의 직감은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상황도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참여시키는 정책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고, 김정은이 2017년 말 새로운 정책으로 전환한 점이 트럼프에게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의 접근방식은 외교든 압박이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했던 오바마의 대북정책과 대조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며 “트럼프는 미국 주류의 외교정책에 얽매이기보다 북한 문제에 있어 어떠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가 디테일에 약하다는 단점을 거론하면서 “김정은을 좋아한다거나 북한을 경제로켓으로 만든다거나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식의 품위 없는 공식 언급은 향후 2년간 지속될 현실”이라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중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중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에 대해선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이뤄낸 갈루치의 역할을 비건이 수행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그가 북한과 더 많은 접촉을 할수록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비건은 실용적이고 현안 파악에 빠르며, 외교정책을 성공시키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미회담의 성과와 관련해 조엘 위트는 “비핵화를 하거나 북한이 가장 위협적인 미사일을 포기하게 된다면, 그것이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북한의 ICBM 전력 제거가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걸 알지만, 이건 북한 전력 감축의 첫 단계일 뿐 아니라 한국 안보를 실질적으로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미국 내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대표도 “미국 민주당이 대북 정책의 성과가 무엇이든 간에 흔들고 반대하려는 정치적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문제가 풀리려면 북한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인식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조엘 위트는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나면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민주당 차원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며 “미국 대중들에게는 북한에 대한 흑백의 시각이 존재하는데 이는 잘못된 통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선 “카메라가 없는 컴컴한 방이라면 솔직히 말하겠지만 이 자리에서는 모르겠다고 답하겠다”며 웃어 넘겼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38노스 자금 지원중단 문제는 이 자리에서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다. 38노스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USKI)가 운영해온 북한 전문 매체인데 지난해 4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USKI의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청와대의 외압 논란이 번졌다. 조엘 위트는 당시 언론에 “USKI의 역사를 감안할 때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지만 최근엔 말을 아끼고 있다.
김경희·백희연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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