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호 공 잡자" 외야가 로열석…'전국구 스타' 이승엽 신드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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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과 SK가 맞붙은 28일 대구구장.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석에선 '이.승.엽, 홈런' '날.려, 날.려'등 기대를 담은 환성이 울려퍼졌고 그가 홈런없이 돌아서면 '어휴~'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홈런볼을 쫓는 외야 관중석엔 크고 작은 뜰채와 잠자리채가 하늘을 향해 키재기라도 하듯 솟구쳐올랐다.

이날 경기 시작은 오후 2시였지만 팬들은 오전 8시부터 몰려들었다. 오전 10시 매표소가 문을 열자마자 입장권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 정오쯤 모두 동났다. 5천여명의 관중이 표를 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승엽의 한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 신기록(56개) 수립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승엽 홈런 신드롬'이 거세게 일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56호 홈런이 언제 어디서 터질까" "56호 홈런볼은 누구에게 얼마에 팔리게 될까"등을 화제로 얘기꽃을 피운다. 상대 팀 투수들의 고의사구가 과연 잘못된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각 직장과 학교에서는 내기도 성행한다. 삼성 구단에는 내기를 걸었다면서 경기 일정과 이승엽의 당일 컨디션 등을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내기를 건 직장인들 가운데는 55, 56, 57호 홈런볼이 지난 6월 이승엽이 터뜨린 개인 통산 3백호 홈런볼보다 가치가 더 나갈 것인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 최연소 3백호 홈런볼이었던 이 공은 1억2천만원에 팔렸었다.

이승엽 홈런 신드롬이 본격화하면서 야구장의 로열석 개념도 포수 뒤의 본부석에서 '이승엽 존'으로 불리는 오른쪽 외야석으로 바뀌었다. 관중석은 오른쪽 외야석→중간→왼쪽 외야석 순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뜰채와 잠자리채는 관전의 필수품이 됐다.

이승엽 신드롬이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주 광주 기아와의 4연전에서는 홈구장 기아 팬들이 이승엽 타석에서 기아 투수들에게 야유를 보내는 진풍경도 빚어졌다.

신드롬이 너무 지나쳐 지난 27일 롯데-삼성전에서는 롯데 투수의 고의사구를 문제삼아 일부 흥분한 관중이 각종 쓰레기를 구장으로 던져 경기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이태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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