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현장답사등 교류폭 넓히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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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영석국사편찬위원장·김원룡서울대명예교수·안병욱한국역사연구회회장(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성심여대교수)등 세사람은 최근 남·북한역사학자교류 제안을 골자로 한 대북한공동성명서 작성을 완료하고 이를 금명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동성명서는 지난달 24일 북한의 전영률(역사학회장)·김석형(사회과학원교수)·박시형(김일성대교수)등 세사람이 남한측 3인에게 보내온 공개서한에 대한 우리측의 수정제의 형식으로 작성됐다.
북한측의 공개서한은 미국에서 한반도역사를 왜곡한 고교 교재로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는데 대한 공동대책을 협의키 위해 15일 판문점에서 남·북한역사학자회담을 갖자는 제안을 골자로 한 것이었다.
우리측의 긍동성명서는 북한측이 보낸 공개서한이 접수된 직후 박위원장의 제의로 세사람이 모여 신중히 논의한 끝에 극비리에 작성됐으며 정부의 남북교류 창구 단일화원칙에 따라 공개에 앞서 관계당국에 사전 제출됐다.
우리측 공동성명은 미국 교과서의 한국사 왜곡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측도 마찬가지의 문제의식을 갖고 대응해왔음을 밝히고 그러나 단순히 미국교과서 왜곡문제만을 가지고 남·북한역사학자회담을 갖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명서는 이어 남·북한역사자료교환, 역사현장 답사, 학문성과의 공동이용, 학자교류등 포괄적 내용을 제안하고 동시에 이를 준비하기 위한 예비회담 개최도 제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성명서는 또 예비회담 대표단의 구성을 위해 남·북한이 각기 당국과의 협의과정을 가져야하므로 오는 15일로 제안된 회담은 부득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기하고 있다.
이번 공동성명서는 해방이후 처음으로 학술부문에서 남북교류의 길을트려는 중대한 선언이며 특히 정부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의 위원장과 2백50명의 전문역사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재야 역사학 단체인 한국역사연구회의 회장등이 공동으로 참여하고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여타부문의 교류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른 획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측의 공동성명서는 그 내용의 포괄성 못지않게 회담 성사를 최우선목표로 하고 매우 신중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것은 학계의 독자적 대응방식을 피하고 관계당국의 협조를 얻으려하는 점, 회담기일을 현실적 조건에 맞게 스스로 연기했다는 점등에서 한층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대응방식은 지금까지 민족문학작가회의나 전대협등의 운동단체가 회담의 실현가능성보다는 추진과정에서의 여론조성에 주력한 것과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특히 세사람이 소속단체와의 사전 협의과정을 생략하고 극비리에 문안을 작성한 뒤 사후에 각기 소속단체의 핵심간부들로부터 추인받는 형식을 취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 점도 이갈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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