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9회 KO승…여자 프로복싱 타이틀 획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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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32.산본체)이 여자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이 됐다.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플라이급 2위 이인영은 지난 27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특설링에서 벌어진 동급 3위 칼라 윌콕스(34.미국)와의 챔피언 결정전(10회)에서 9회 1분40초 만에 KO승했다.

이인영은 2001년 8월 복싱에 입문한 지 2년 만에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7전7승(3KO)을 기록했다. 윌콕스는 8전5승3패2KO. 이 체급은 전(前)챔피언이 타이틀을 박탈당해 공석이었다.

탐색전도 없이 초반부터 소나기 펀치를 내뿜던 이인영은 3라운드 막판 상대가 지친 틈을 보이자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어 주도권을 잡았고, 5라운드에는 윌콕스를 코너에 몰아넣고 연타를 터뜨려 승리를 예감했다. 9라운드 초반부터 이인영의 강펀치가 연달아 명중하고 1분40초쯤 윌콕스가 그로기 상태에서 대책없이 뭇매를 맞자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주심이 자신의 손을 들어올리는 순간 이인영은 눈물을 쏟아내며 감격스러워했다. 최근 발간된 자서전에서 고백했듯 한때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미용사 보조, 봉제공장 직공, 학원 셔틀버스 기사, 택시 기사, 트럭 기사 등 궂은 일을 섭렵하며 고난의 길을 걸어온 이인영이 언뜻 가냘픈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인영은 "순간적으로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면서 "복싱을 시작한 뒤 달라진 인생을 살고 있다. 이 운동으로 평생을 마치고 싶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정말 술을 완전히 끊었느냐"는 질문에는 "완전히 끊었다는 건 거짓말이다. 솔직히 오늘도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고 싶다"며 특유의 털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편 이인영의 프로모터 변정일씨는 28일 "올해 안에 한두차례 방어전을 치른 뒤 내년 초 세계여자복싱협회(WIBA) 플라이급 챔피언과 통합 타이틀전을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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