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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는 비건·김혁철, 의전은 월시·김창선…북·미 이번 주 ‘투 트랙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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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실무·의제 협상이 투 트랙으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숙소와 동선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15일 대니얼 월시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하노이에 입국한 데 이어 16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하노이로 들어왔다.

트럼프 “단지 북 실험 원치 않아” #비핵화 목표 낮췄나 회의론 불러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이 머무를 만한 특급호텔은 물론, 김 위원장의 국빈 방문을 위한 경제 시찰 장소에 대한 사전 답사도 겸했다.  이르면 17일부터 현지 정상회담장을 확정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간다.

하노이 공동선언문안을 작성할 ‘의제 협상팀’도 이번 주중 하노이에서 추가 대면을 앞두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로, 정상회담 날인 오는 27~28일 직전까지 하노이에 머물며 의제를 조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북·미는 지난해 6·12 정상회담 때도 5월 말부터 보름 남짓 한 시간 동안 ‘급속 조율’을 했다. 미국 대표인 성 김 주필리핀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부상이 싱가포르 현지 호텔방에서 전날 밤까지 막판 문구 조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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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당초 지난주 추가 실무협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날짜가 늦춰졌다”며 “시간표상 하노이 현지에서 의제 조율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처럼 막판까지 조율이 안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도 있다. 27~28일의 ‘1박2일’ 일정을 잡은 것도 김 위원장을 직접 설득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정상회담 날짜를 확정하고 의제를 조율하는 ‘벼랑 끝 협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멕시코 장벽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전망하며 “우리는 단지 실험(testing)을 원치 않는다”고 발언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로켓 발사와 미사일·핵 실험은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해 온 말이지만, 워싱턴 조야에서 비핵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목표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다. 브래드 셔먼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의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핵무기 개수를 제한하고 강력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한다면 미국이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한·미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평양 실무협상에서 미국에 포괄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기 및 신고·검증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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