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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광저우 들러 하노이 갔나…'김정은 집사' 수상한 하룻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27일 북ㆍ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을 단장으로 한 ‘선발대’가 16일 베트남 하노이에 입성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리그가 시작됐다. 이들은 도착 직후 16일 하루에만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과 멜리아 호텔, 인터콘티넨털 웨스트레이크 호텔 등을 찾는 등 현장점검에 나섰다. 베트남은 북한 대표단에게 영빈관을 숙소로 내주며 예우했다. 김 부장 일행은 17일에도 오전 7시 숙소를 출발해 하노이 인근의 박닝성을 둘러봤다. 정부 당국자는 “김 부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로 불릴 만큼 김 위원장의 신변안전과 의전을 책임지는 인물”이라며 “그의 판단과 보고가 김 위원장의 동선(動線)을 결정짓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16일 베트남 하노이의 메트로폴호텔을 살펴본 후 나서고 있다. 김 부장은 오는 27~28일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위해 이날 입국했다. [사진 뉴스1]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16일 베트남 하노이의 메트로폴호텔을 살펴본 후 나서고 있다. 김 부장은 오는 27~28일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위해 이날 입국했다. [사진 뉴스1]

그는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현장을 방문해 ‘최종 점검’을 했고,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회담장으로 도보로 이동할 때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함께 김 위원장의 곁을 지켰던 ‘유이’한 인물이다. 또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보름 앞두고 싱가포르에 미리 도착해 미국 측과 의전 협상 뿐만 아니라 회담장과 숙소,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 등 방문지를 사전에 점검하는 책임을 맡았다. 김 위원장의 그림자이자 척후병 역할이 그의 임무인 셈이다. 그래서 현재 언론의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하노이에서의 북ㆍ미 정상의 담판이 열리는 회담장이나 북한 대표단의 숙소 등은 그의 결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15일 베이징, 광저우 거쳐 16일 오전 하노이 도착 #베이징~하노이 직항 대신 中국내선 1800여 Km 이동 #2006년 1월 김정일 찾았던 광저우서 1박 #김정은의 광저우 방문 예고? 시간에 쫓긴 강행군?

16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다녀간 베트남 하노이 정부 영빈관. 김 부장은 이날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장 베트남 정부의 영빈관을 둘러봤다. [사진 뉴스1]

16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다녀간 베트남 하노이 정부 영빈관. 김 부장은 이날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장 베트남 정부의 영빈관을 둘러봤다. [사진 뉴스1]

이런 가운데 그가 평양을 떠나 베이징으로 향한 경로가 주목받고 있다. 김 부장 일행은 지난 15일 오후 중국 국제항공공사(에어 차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곧장 중국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광저우(广州)로 날아가 하룻밤을 묵은 뒤 16일 오전 하노이에 도착했다. 베이징~하노이 간 직항 노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800여㎞를 이동해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두 번 경유한 셈이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북한 당국자들이 직항이 없는 지역을 방문할 때 통상 베이징 대사관에 머물면서 비행시간을 기다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김 부장이 광저우까지 이동해 숙박을 하고 하노이로 향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의 광저우 경유 배경과 관련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김 위원장의 중국 광저우 방문을 앞둔 예고편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부장의 움직임이 김 위원장의 활동반경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다. 광저우는 중국 개방의 실험장으로 불리는 곳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도 지난 2006년 1월 광저우에서 이틀간 머물며 각종 산업시설을 찾았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정상회담 기간중 마리나 샌즈 베이호텔의 전망대에서 싱가포르의 발전상을 부감하는 등 자본주의 발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하노이를 오가는 동안 아버지(김정일)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의 상황에 따라 이곳을 중간기착지로 활용하거나, 어렵게 마련된 동남아 이동길에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베트남에서 열리는 북미 2차 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위해 15일 오후 경유지인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사진 연합뉴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베트남에서 열리는 북미 2차 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위해 15일 오후 경유지인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사진 연합뉴스]

하노이로 한 시라도 빨리 이동하기 위한 항공기 시간 때문일 수도 있다. 베이징에서 하노이까지 에어차이나는 화, 목, 금, 일 새벽 1시를 전후해 베이징을 출발하고, 베트남 항공의 경우 거의 매일 운항하지만 오후 3시 30분 베이징을 출발한다. 그가 평양을 금요일인 15일 오후 출발한 점을 감안하면 베이징에서 하노이로 향할 경우 특별기를 띄우지 않는 이상 빨라야 16일 밤 현지에 도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그의 광저우 행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과 의전 협상을 하려면 현지에서 준비해야 할 시간이 부족해 한 시간이라도 앞당겨 하노이로 이동한 것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 부장은 정상회담이 확정된 뒤 경호팀 등 연관부서와 다양한 준비를 하는데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부장이 출발시간을 하루만 앞당겼다면 평양~베이징~하노이 노선을 통해 보다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급히 이동했다면 베트남 당국이나 미국과 급히 협의해야 할 현안이 생겼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안전은 북한이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동선을 흐리기 위한 연막일 수도 있다. 김 부장의 움직임을 통해 김 위원장의 동선을 유추하는 시각에 혼선을 유발하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한편 김창선 일행이 17일 베트남의 타인응우옌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등을 둘러봤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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