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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대표팀 도쿄행 걸림돌 대만, 일본이 이겨주면 땡큐

중앙일보

입력

2013 WBC에서 한국을 제치고 2라운드에 진출했던 대만 야구 대표팀.

2013 WBC에서 한국을 제치고 2라운드에 진출했던 대만 야구 대표팀.

대만과 호주. 프리미어 12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이 도쿄올림픽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한국의 발목을 자주 붙잡았던 대만은 껄끄러운 상대다. 아이러니하게도 숙적 일본이 한국을 도울 수 있다. 대만과 한 조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14일(한국시간) 11월 열리는 2019 프리미어 12 1라운드 조 추첨 결과를 발표했다. 프리미어 12는 WBSC가 4년마다 주최하는 야구 국가대항전으로 세계 랭킹 상위 12개국이 나선다. 랭킹 3위인 한국은 5위 쿠바, 7위 호주, 10위 캐나다와 C조에 편성됐다. 비교적 까다로운 상대인 일본, 미국은 물론 중남미권 국가들을 피했다. 상위 2개 팀이 나서는 수퍼라운드(6강) 진출이 유력하다.

4년 전 1회 대회 챔피언 한국의 이번 대회 1차 목표는 호주와 대만을 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팀(6강 이상 올랐을 경우)에게 2020 도쿄올림픽 본선행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조별리그부터 만나는 호주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된다. 프로팀 선수들이 나선 대회에선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한국이 호주를 꺾는다면 자동적으로 호주는 수퍼라운드에 오를 가능성도 낮아진다.

대만(4위)은 세계랭킹 1위인 일본, 베네수엘라(9위), 푸에르토리코(11위)와 B조에 배정됐다. B조 조별리그는 대만 타이중에서 열려 홈의 이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대만 내 분위기는 우울한 편이다. 상대 팀들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력적에서 압도적 열세다. 베네수엘라와 푸에르토리코는 랭킹은 낮아도 전력은 무시할 수 없다. 메이저리거는 출전할 수 없지만 더블A, 트리플A에서 뛰는 마이너리거들이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 전력 분석에 참여했던 대만야구 전문가 김윤석씨는 "'죽음의 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느 한 팀 이기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한 대만 야구 대표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한 대만 야구 대표팀.

대만은 그동안 아마추어 대회 및 국제대회를 관장하는 CTBA(중화민국봉구협회)와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CPBL(중화직업봉구대연맹)이 대립했다. 그래서 최강의 팀을 꾸리지 못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대표적이다. 당시 프로팀 4개 구단 중 3개 팀만 선수를 보냈고, 라미고 몽키스는 아예 차출을 거부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도 프로팀 선수를 최소화하면서 실업리그 선수들 위주로 꾸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 상황이 달라졌다. 프로팀 중신 웨일스를 운영하는 중신이 CTBA 회장사가 됐기 때문이다. 두 조직은 손을 맞잡고, 2019 프리미어와 2020 올림픽에 최강의 팀을 보내기로 했다. 김윤석씨는 "1급 대회엔 프로연맹에서 대표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프리미어, 올림픽이 1급 대회다. 프로 팀 선수 전원이 출전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은 전력분석팀도 꾸려 상대국을 연구하고 있다. 일본 대표팀 평가전은 물론, 북중미 국가들이 출전하는 팬암게임에도 전력분석원을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대만과 첫 경기에서 패한 한국 야구 대표팀. [연합뉴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대만과 첫 경기에서 패한 한국 야구 대표팀. [연합뉴스]

한국은 2013 WBC 1라운드에서 대만에 3-2로 이겼다. 하지만 네덜란드, 대만과 나란히 2승1패를 기록한 뒤 동률 규정에 따라 3위로 탈락했다. 2017 WBC에선 고전 끝에 11-8로 이겼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선 충격패를 당했다. 수퍼라운드에서 '타도 한국'을 외치며 최정예 전력으로 나서는 대만을 만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숙적 일본이 대만을 이겨 1라운드에서 떨어트리는 시나리오가 나온다면 말 그대로 '땡큐'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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