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표현 자체 정화할 수 있는 능력 이미 상실”…인권위, 대응 기획단 출범

중앙일보

입력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뉴스1]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1년 동안 혐오ㆍ차별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로했다. 최근 온라인 등에 만연한 ‘혐오 표현’이 사회적 문제로 표출되고 있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한 것이다.

혐오·차별 전담팀 구성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영애 위원장이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최영애 위원장이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1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혐오ㆍ차별특별추진위원회(추진위)’를 설치하고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범정부적 액션 플랜(Action Plan)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혐오ㆍ차별 추진위는 혐오 표현을 예방하고 자율적 규제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강문민서 혐오ㆍ차별대응기획단장은 “혐오 표현이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광범위하게 확산시키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제 혐오 표현을 자체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상실됐다고 본다”며 “혐오 표현이 어떤 해악을 낳는지에 대한 잣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강문 단장은 또한 혐오 표현의 발화자에 대한 심층 연구를 통해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연구는 피해에 중점을 두고있는 반면 이번 실태 조사는 발화자에 대해 조사함으로써 사회적 맥락과 갈등에서 나오는 혐오ㆍ차별 요인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추진위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등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 전문가 25명으로 구성된다. 인권위 내에서 혐오와 차별만을 전문으로 대응하는 팀을 만든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혐오ㆍ차별 추진위는 노르웨이 사례를 벤치마킹해 운영된다. 최 위원장은 “노르웨이는 2014년에 외교부ㆍ법무부ㆍ문화부 등 7개 유관 부처가 합동으로 혐오 표현 반대 정책 선언을 하고 혐오 표현 대응 5개년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며 “혐오 표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가의 선언과 대응이 중요해 관계 부처와 액션 플랜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이번엔 반드시 뿌리 뽑겠다"  

인권위는 또한 심석희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의 ‘미투’로 불거진 체육계 폭력ㆍ성폭력 문제를 근절하고자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오는 25일 출범한다. 스포츠인권 특조단은 2개 팀, 총 17명으로 구성되며 실태조사와 함께 수사 의뢰 등 구제 조치, 피해사례 데이터베이스(DB)화, 피해자 치유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내년 2월까지 1년간 운영되며 필요하면 활동 기간을 연장할 예정이다.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피해 사례가 형사 처벌 대상에 해당하면 경찰청과 연계해 일원화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피해자 구제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성과 중심’이라는 스포츠 분야의 고질적 문제로 폭력ㆍ성폭력이 당연시 되는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인권위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추진 ▶국가인권통계 구축 ▶e-진정 시스템 구축 ▶현장인권상담센터 운영 등을 올해 중점 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관련기사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