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해안서 '北상어급 잠수함'? 알고보니 훈련용 잠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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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이 어뢰 테스트에 이용한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 모양의 물체. [사진 미 해군]

미 해군이 어뢰 테스트에 이용한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 모양의 물체. [사진 미 해군]

미국의 수중전 전문가 H.I. 서튼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미 해군이 2004년 5월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 클레멘테 해안에서 북한의 상어급 잠수정을 격침했다”고 주장했다. 미 해군의 홍보지 2004년 10월호를 보면 미 해군 예인선이 잠수정같이 생긴 물체를 끌고 가는 사진이 나온다. 이 잠수정의 상부는 노란색으로 칠해졌다. 잠수사 2명이 갑판에 올라탄 모습도 있다.

그런데 이 잠수정의 모양과 크기가 북한의 상어급과 똑 닮았다는 게 서튼의 분석이다. 상어급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잠수정이다. 길이 38m, 폭 3.8m에 수중 배수량은 370t이다. 승조원은 15명까지 탈 수 있으며, 항속거리는 2800㎞다. 상어급 잠수정은 2010년 3월 26일 어뢰를 쏴 천안함을 폭침한 장본인로 추정된다. 북한은 상어급 잠수정을 40척 넘게 보유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미 해군의 무인잠수정이 해저에서 촬영한 WSTTT. 북한의 상어급 잠수정을 닮은 이 물체는 2004년 5월 미 해군의 어뢰에 의해 격침됐다. [사진 미 해군 잠수사 뉴스레터 Faceplate 2009년 7월호]

미 해군의 무인잠수정이 해저에서 촬영한 WSTTT. 북한의 상어급 잠수정을 닮은 이 물체는 2004년 5월 미 해군의 어뢰에 의해 격침됐다. [사진 미 해군 잠수사 뉴스레터 Faceplate 2009년 7월호]

그렇다면 북한의 잠수정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간 것일까?

서튼은 이 잠수정이 미 해군의 목표물 타격 설정 무기(WSTTT) 연구용이라고 설명했다. 미 해군은 2003~2004년 Mk 54 경어뢰 개발과 Mk 48 중어뢰 개량을 위해 WSTTT를 실시했다고 한다. 예산은 1100만 달러(약 124억원).

1999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좌초된 북한의 상어급 잠수정. [중앙포토]

1999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좌초된 북한의 상어급 잠수정. [중앙포토]

미국은 상어급 잠수정을 어디서 구했을까?

김진형 전 합참 전략부장(예비역 해군 소장)은 “미 해군이 북한 상어급 잠수정 분석 결과를 갖고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미 해군도 북한의 잠수정에 대해 신경을 썼다는 뜻” 이라고 말했다.

이 정보 제공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도움을 줬을 수 있다. 한국은 1996년 강원도 강릉과 98년 삼척에서 북한의 잠수정 2척을 노획한 바 있다. 96년 잠수정은 상어급, 98년 잠수정은 유고급 잠수정이다. 유고급은 길이 20m, 폭 2m, 수중배수랑 110t으로 상어급보다 훨씬 작은 잠수정이다.

96년 상어급 잠수정은 강릉 통일공원에 전시 중이다. 98년 유고급 잠수정은 현재 진해 해군 기지 안에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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