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체육계 현안 산적했는데…‘합숙 폐지’ 정부 안에 반발한 체육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폭행·폭력 등 각종 부조리로 얼룩진 최근 체육계 현안에 대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진심 어린 반성보다는 사퇴 논란을 둘러싼 해명과 반박에 치중했다.

성토장 된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 #서울, 2032년 올림픽 유치 도전

11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 및 대한체육회 정기대의원총회. 이기흥 체육회장은 20여분 간의 신상 발언을 통해 “불미스런 사건으로 선수, 지도자들의 사기에 영향을 끼쳤다. 많은 선수와 지도자에게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회장은 “체육계에 산적한 문제가 많다. 내년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논의해야 하고, 내년 체육회 100주년을 맞아 국가올림픽연합회(ANOC) 총회가 열리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책임을 지지 않아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회장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1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1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 회장은 정부가 내놓은 소년체전 폐지와 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안에 대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정부 정책안은)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032년 남·북한 올림픽 공동 유치를 위해 가자면서 분리하자는 얘기는 앞뒤가 안 맞는다. 애들 장난도 아니다. 무지에서 나온 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합숙 훈련 폐지론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2000년대 초·중반 합숙 훈련 당시 대형 화재와 폭력 사건 때는 가만히 있던 국회와 학계가 이제 와서 아무 책임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이 더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앞줄 오른쪽)과 신치용 신임 선수촌장(앞줄 오른쪽 네번째)이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앞줄 오른쪽)과 신치용 신임 선수촌장(앞줄 오른쪽 네번째)이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체육인 중 다수는 엘리트 스포츠가 체육계의 병폐로 지목된 최근 상황을 둘러싸고 정부의 정책에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 등 5개 단체 회원들은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체육인 자정결의문과 함께 체육현안에 대한 성명서도 냈다. 성명서에서 체육인들은 “(소년체전 폐지 등) 일부 정책은 체육의 상생보다 스포츠 환경을 황폐화하는 대책이다.  스포츠 발전의 저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또는 차관이 불참한 건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11일 대한올림픽위원회와 대한체육회 분리 반대를 외치고 있는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원들. [연합뉴스]

11일 대한올림픽위원회와 대한체육회 분리 반대를 외치고 있는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원들.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불미스런 사태와 관련, 체육인들이 반성하기는커녕 목소리를 높이는 건 볼썽사납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원홍 서울시체육회 부회장은 “소년체전 폐지나 KOC 분리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체육인들이 좀 더 자성하는 자리가 됐어야 했다. 체육회장이 최근 사태를 둘러싸고 책임감을 느끼기는커녕 되레 큰소리를 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한이 공동 개최에 도전하기로 한 2032년 여름올림픽 남측 개최도시로 서울이 선정됐다. 대의원총회 직후 가진 개최 후보 도시 프리젠테이션 발표와 투표에서 서울은 유효표 49표 중 34표를 받아 부산을 제쳤다. 서울은 평양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와 풍부한 인프라를 앞세워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도시 선정을 위해 열리는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서울시가 유치도시로 선정되어야하는 이유와 준비상황 등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도시 선정을 위해 열리는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 서울시가 유치도시로 선정되어야하는 이유와 준비상황 등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평양과 함께 도전할 서울은 1988년 이후 44년 만에 올림픽 대회 유치에 도전한다. 체육회는 정부 평가 뒤 ‘국제행사 국내유치를 위한 정부 보증서’를 정부로부터 전달받아 오는 15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회의 때 IOC에 유치신청서와 함께 제출할 예정이다. 2032년 올림픽엔 호주 브리즈번, 중국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이 유치 의향을 밝힌 상태다.

진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