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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혈시위 진압배경·전망|군도 분열…내란까지 몰고 갈 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7주를 끌어온 북경의 천안문 민주화 시위는 결국 「덩샤오평」(등소평)의 철학대로 유혈진압사태를 빚고 말았다.
북경 대학생들이 주도한 민주화 시위 해결방식을 놓고 권력상층부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동안 조만간 은퇴를 선언했던 등은 자신의 지위를 다시 강화하면서 군을 동원하는데 성공, 1천여명 피의 대가로 사태를 일단 진압했다.
등은 시위발생 초기부터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강경진압을 고집해 왔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되던 온건파 「자오쓰양」(조자양) 총서기를 뒤로 물리고 강경파 「리평」(이붕) 수상을 통해 지난달 20일 북경에 계엄령을 선포케 했다.
북경의 서방외교관들은 등을 정치적 자유나 언론의 자유, 정치토론을 기피하는 인물로 여기고 있으며 특히 혼란에 대해서는 뿌리깊은 알레르기 증세를 보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군부는 그 동안 역사적인 위기를 맞을 때마다 해결의 열쇠 역할을 해왔다.
문화혁명 때도 무정부 상태를 수습한 것이 군부였으며 「마오쩌둥」(모택동)의 사후에도 사태를 장악했던 것은 군부였다.
이는 모의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철학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군부는 모시절부터 철저히 공산당에 충성해 왔으며 등도 병력감축을 통한 군부개편을 통해 자기사람들로 군을 통제해왔다.
지난 3일 북경 천안문에 진입, 수많은 사상자를 낸 계엄군은 「양상쿤」(양상곤) 국가주석에 충성하는 제27군 병력(북경 인근의 석가장 주둔)이라는 것이다. 이 부대의 사령관은 양의 아들이거나 조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무력충돌과 권력투정에의 개입소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엄청난 피의 대가를 치르고도 안정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군의 정치개입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등은 당 및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갖고 군의 주요 간부들을 심복들로 배치해 놓고 이번 학생데모 진압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고 하여 숙청설이 나돌다 며칠 전 모습을 보인 「친지웨이」(진기위) 국방부장도 등소평의 심복이다.
또한 중국군 참모총장 지활전이 양상곤 국가주석겸 중앙군사위부 주석의 사위이며 중국군 총정치부 (정치·사상관리) 주임인 양백목은 양의 친동생이다.
즉 계엄령 이후 나타난 군의 분열상은 앞으로 중국정국 향방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유혈진압에 동원된 군은 27, 38, 65군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들의 행동이 모든 군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군부의 분열은 내란의 사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것이어서 매우 심각한 것이다.
또 정치권에서도 조가 실각되고 이가 부상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아직도 권력투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엄령 이후 온건파의 대부 조가 지난 1일 골프를 쳤다는 소문도 나올 만큼 권력투정의 양상도 유동적이다.
또 이도 두 번 텔레비전에 모습을 비친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이의 지지자인 양상곤 국가주석도 마찬가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것은 등이 조를 제거하고 이를 등장시키는데 당 내부의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정치권의 권력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한편 민주화 시위의 진압으로 단기적으로는 이번 시위를 지지해온 각 분야의 숙청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소규모였던 86년 말의 시위 후에도 등은 「반 부르좌」 캠페인을 벌이면서 여러 달 동안 숙청작업을 벌인바 있다.
결국 소련 등 동구국가들이 자유선거 등 과감한 민주화 시도를 하는 도중에 중국은 이 분야에서의 후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개혁에만 치중, 정치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발생한 이번 사태로 인해 지도층이 심각하게 대립하게 되면서 부패의 만연, 연간 30%에 달하는 인플레 등을 수습할 지도력 상실마저 우려되고 있어 앞으로의 사태는 심각한 편이다.
또 개방정책으로 인해 착실히 쌓아온 경제발전에 이번 사태가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중국이 현대화를 위해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외환 확보 수단인 외국인 투자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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