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계엄군 진압 작전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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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경 AFP·AP·로이터=연합】 북경 외곽에 배치돼 있던 20여만 명의 계엄군 병력 가운데 수만 명이 4주 째로 접어든 학생들의 천안문 점거 농성시위를 강제 진압하기 위해 3일 새벽을 기해 작전을 개시, 천안문 광장으로 밀고 들어가려 했으나 이를 저지하기 위해 북경 중심가로 몰려나온 1백여 만 명의 시민들이 간선도로들을 봉쇄한 채 육탄방어에 나섬에 따라 힘에 밀려 퇴각하고 말았다.
계엄군은 이날 새벽 2시를 기해 15대의 군 트럭에 분승한 병력을 서쪽 방면에서 천안문 광장 쪽으로 투입하려 했으나 인간 바리케이드에 막혀 전진하지 못했으며 이와 함께 10대의 트럭에 탄 별도의 계엄군 병력은 천안문 광장 서쪽에서 인민대회당에 진입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목격자들은 계엄군들과 저지 군중 사이에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서 계엄군 차량 1대가 군중들 틈을 뚫고 진입로를 열기 위해 질주하다가 4명이 차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으나 이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날 새벽 계엄군이 진압 작전을 개시하자 성난 북경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버스·트럭 및 철제가로 분리대를 이용해 천안문 광장으로 통하는 주요 간선도로들을 봉쇄했으며 광장으로 진입하려던 계엄군은 엄청난 저지 군중의 규모에 눌려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퇴각했다.
계엄군이 3일 새벽 기습적으로 천안문 점거시위 진압작전을 펼친 것은 중국 정부가 학생들의 천안문 점거농성을 강제 진압키로 결정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신호탄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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