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예상하지 못한 급전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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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강전> ●안국현 8단 ○롄샤오 9단  

3보(41~53)=롄샤오 9단은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한 발 뒤로 물러서 42로 꽉 이었다. 42는 흑의 좌변을 더는 굳혀주지 않겠다는 롄샤오 9단의 굳은 의지.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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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참고도' 백1로 한 번 더 밀게 되면, 흑2로 받을 때 백3으로 호구 쳐서 실전보다 튼튼한 모양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흑2로 좌변이 두터워지고, 대세점인 흑4까지 빼앗기게 된다. 백 입장에선 자신의 모양이 두터워지는 것 이상으로 손실이 크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머리를 내미는 43은 흑이 놓칠 수 없는 자리. 그런데 롄샤오 9단이 급작스럽게 44로 좌변 흑 진영 한가운데를 깊숙하게 침투했다. 좌변 흑집이 더는 불어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할 걸까. 그렇다 해도 너무 단번에 상대의 곁에 칼끝을 들이댔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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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안국현이 예상하지 못한 급진적인 전개였다. 상대가 초반부터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44가 들어섬과 동시에 반상의 긴장도는 한껏 높아지기 시작했다. 관전자 입장에선 갑자기 구미가 당기는 흥미진진한 바둑이 된 셈이다.

안국현은 45, 47로 불청객 몰이에 나섰다. 롄샤오가 50으로 좌상귀까지 지키자 안국현은 51로 어깨 짚어 반격을 준비했다. 53은, 상대가 52로 밀자 별 고민 없이 나온 수. 그런데, 아차, 안국현은 그다음 수를 보고 53이 실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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