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해진 여야…“국민이 사법부 압박해야” VS “文, 댓글조작 알았나”

중앙일보

입력

김경수 경남지사의 유죄 판결에 따른 정치권 공방이 설 연휴를 지나면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여당은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고,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 오전 설 민심을 전달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법정구속된 김 지사 판결과 관련해 “재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아주 높았다. 과연 제대로 된 재판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연합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연합뉴스]

이어 설 민심 중 하나라며 ‘사법부 압박론’을 들고 나왔다. 윤 총장은 “사법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사법농단에 관여됐던 판사들이 아직도 법대(法臺)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냐, 사법 개혁을 제대로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며 “사법부가 사법개혁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사법부를 압박해야겠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 이후 야당 일각에서 “여론조작으로 치러진 지난 대선은 무효”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윤 총장은 “대선 불복을 들고 나오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연합뉴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연합뉴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훈식 전략기획위원장도 “현직 도지사를 법정구속하는 것을 본 사례가 없다고 어르신들이 많이 이야기하셨다”며 “증거없는 판결이다, 양형기준을 벗어난다는 게 가능하냐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설 연휴 기간중에도 김 지사 판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송영길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과 법정 구속은 판사의 경솔함과 오만, 무책임과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다 “1심 판결의 사실관계 인정에 대한 시비는 차치하고, 법정구속 사유인가라는 의문이 크다”고 말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김 지사 구속 때문에 논란이 많은데, 상인들 10명 중 6명 정도가 ‘보복성이고 감정이 들어간 판결’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앞서 당직자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앞서 당직자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러나 야당은 전혀 다른 설 민심을 전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북핵외교안보특위 회의를 열고 “설에 다녀보니 ‘못살겠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언제까지냐’ 묻는 사람이 많았다, 이게 설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게하시는 분들은 적자나 안 났으면 좋겠다, IMF 때보다 더하다는 한숨이 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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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선 불복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문 대통령이 댓글 조작을 알고 있었는지 밝히라고 공격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과 청와대가 설 연휴 내내 김경수 구하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경수 구하기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구하기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우리가 언제 대선 불복이라고 했나, 대통령은 김 지사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으니 그(드루킹 댓글 조작) 사실을 알았다면 어디까지 알았는지 말해달라는 것인데 민주당이 들고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는 설 연휴가 끝나고 진실이 무엇인지 답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민주당은 재판 불복을 넘어선 헌법 불복 행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 등 원내 지도부가 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2019020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 등 원내 지도부가 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20190201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서 “지난 대선은 여론조작으로 진행된 불법 대선”이라며 “대선 무효는 주장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이명박, 박근혜 두분 전직 대통령은 이제 석방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한국당 지도부는 대선불복론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당내에선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대선 불복’ 주장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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