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우두 2골 폭풍 '최다골 지켜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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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나우두(右)가 후반 36분 자신의 두 번째이자 팀의 네 번째 골을 뽑아낸 후 주앙(등이 보이는 선수), 카카와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도르트문트 로이터=연합뉴스]

월드컵의 새로운 신화 탄생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게르트 뮐러(독일)의 월드컵 개인통산 최다골(14골) 타이기록 수립. 이제 새 기록까지 하나 남았다. 23일(한국시간) 브라질이 일본을 4-1로 꺾은 뒤 브라질 선수들은 호나우두(30.레알 마드리드)부터 찾았다. 세 번째 경기에서 첫 골을 신고한 2002년 한.일 월드컵 득점왕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호나우지뉴도, 아드리아누도, 카카도 호나우두의 머리를 만지며 부진에서 깨어난 그와 기쁨을 나눴다. 호나우두는 경기 직후 "인내가 나를 있게 했다. 묵묵히 참으면서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내비쳤다.

지난 32년간 뮐러의 월드컵 개인통산 14골(1970년 10골, 74년 4골)은 아무도 넘보지 못했다. 수많은 스트라이커가 도전했지만 14골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하지만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통해 호나우두가 등장하면서 뮐러의 대기록도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98년 7경기에서 4골을 터뜨린 호나우두는 득점왕 타이틀을 크로아티아의 다보르 수케르(5골)에게 내줬다. 그러나 4년 뒤인 2002년에는 그의 경쟁 상대가 없었다. 7경기에서 8골. 2위인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 등을 3골 차로 따돌리고 득점왕에 등극했다. 개인통산 12골로 축구황제 펠레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그리고 이번에 2골을 보태 14골의 고지에 올랐다. 이제부터는 호나우두의 골 하나하나가 월드컵의 새로운 역사가 된다.

호나우두는 이번 대회를 시련과 함께 시작했다. 대회를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등록한 그의 체중은 82㎏. 2002년에 등록한 77㎏보다 5㎏이나 늘었다. 그러나 경기에 나선 호나우두는 그 이상으로 살찐 모습이었다. 한 외신에 따르면 호나우두는 최근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체중이 5㎏ 빠졌고, 그렇게 측정한 체중이 90.5㎏이었다. 그렇다면 95㎏이 넘었었다는 얘기다.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출전한 호나우두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뒤뚱거리는 모습에 조금 뛰고도 헐떡거렸다. '게으른 천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까지 그의 비만을 지적하는 팩스를 보냈을 정도였다. 그러나 호주와의 2차전부터 골에 대한 본능이 살아났고, 결국 일본전에서 두 골을 터뜨렸다.

호나우두가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월드컵은 더욱 흥미롭게 됐다. 우선 치열한 득점왕 경쟁이다. 클로제가 4골로 선두, 그 뒤를 스페인의 페르난도 토레스(3골)가 따르고 있다. 골감각을 찾은 호나우두에게 선두 탈환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호나우두가 만약 득점왕에 오른다면 그는 월드컵 사상 첫 연속 득점왕이 된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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