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다시 시작된 팽창주의, 중국을 해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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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신(新)중화주의

윤휘탁 지음, 푸른역사
475쪽, 2만5000원

'동북공정'과 '한류(韓流)'. 최근에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코드다. 한류 하면 웬지 우쭐한 자부심과 함께 뒤늦게 자본주의에 젖어든 중국의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반대로 '동북공정'에서는 우리 생존에 위협적 존재였던 과거 사회주의 중국과 함께 '천하사상'을 자랑하던 근대 이전 중국의 모습까지도 겹쳐진다. 과연 어떤 모습이 중국의 본질인가?

'신(新)중화주의'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윤휘탁(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씨의 책에 손길이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자 역시 이런 물음으로 시작한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는 위협적인 존재인가, 아니면 한반도 통일과 부흥의 후원자인가?" 이런 물음의 해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는'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에 분석의 칼을 들이댄다.

55개의 소수민족과 한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사회주의 체제의 이완과 회의에 대처하기 위해서 '중화민족주의'를 창출한다. 이를 위해 이제는 귀에 익숙해진 '통일적 다민족국가론'과 '애국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뒤를 받치고, 변강정책과 민족통합 정책으로서 서부대개발과 동북진흥전략이 양쪽에서 수행되고 있음을 차근차근 밝히고 있다.

이 책의 분석이 여기서 그쳤다면 아마 눈길을 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제 '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와 한반도'에서 보듯 한때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그러나 지금은 거의 잊고 지내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새삼 중국이 우리의 생존에 직결되는 존재임을 환기시키고 있다. 더늦기 전에 중국의 한반도전략을 총체적으로 분석해야한다는 저자의 위기의식은 우리 사회의 안이한 중국 인식을 깨우친다.

물론 의문도 없지 않다. 과거 역사 속의 중화주의는 화이관(華夷觀)에 입각한 팽창주의, 패권주의적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런데 '중화민족 대가정 만들기'는 글자 그대로 집안 단속하는 일인데, 여기에 '신중화주의'란 말을 붙이는 것은 저자의 오버가 아닐까? 그러나 여기에는 20여년간 현대 중국의 동향에 눈길을 떼지 않았던 저자의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다민족국가인 중국의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오로지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국가적 가치 아래 다양한 가치들이 왜곡되고 소멸되는 것을 경계하는 저자의 실천적인 시각이다. 그러기에 동북공정이 고구려사 빼앗기라는 학술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동북아 전략의 일환이라는 저자의 분석에 수긍이 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또 다른 가치는 특별부록에 있다. 자취를 감춘 중국 전문가들의 한반도 관련 글을 구석구석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것이다. 혹 이런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중국인들의 속내를 보여주는 이 글들을 통해 이 시점에서 '신중화주의'를 강조하게 된 저자의 의도를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잘 읽는 또 다른 방법은 저자가 비판의 칼을 들이대고 있는 중국의 모습에 가끔씩 우리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보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거다. 저자의 말대로 중화민족은 '상상의 민족'이다. 철저히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럼 우리 한민족은 실재하는 민족인가? 그 답 역시 이 책 속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임기환(서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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