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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북한 외무성 얼굴 최선희…90년대 결혼, 남편 '한용권'은 당 핵심간부 추정

중앙일보

입력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AP=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AP=연합뉴스]

북한 대미 외교의 ‘얼굴’ 격인 최선희(55) 외무성 부상이 1990년대 결혼했으며, 남편은 노동당 핵심간부로 파악된다고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 30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2000년대 평양 주민들의 인적사항(주민등록) 자료에 최선희 관련 정보가 나와 있다”며 “최선희가 1992년 3월 ‘한용권’이란 이름의 남성과 결혼한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자료의 최선희는 1964년 8월10일생으로 외교부(현 외무성) 지도원으로 나와 있다. 평양시 중구역 교구동에서 태어나 2000년대 당시 거주지는 평양시 보통강구역(한국의 ‘구’에 해당) 락원동으로 돼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 부상의 출생년월과 소속 부처가 일치하는 점으로 미뤄 동일인으로 보면 된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자료엔 남편 한씨의 인적사항은 나오지 않는다. 이 소식통은 “노동당 핵심간부들의 인적사항은 국가보위성에서 특별 관리한다”며 “최영림 전 내각총리의 수양딸인 최선희의 출신 성분과 자료의 거주지로 볼 때 남편 한씨는 노동당 부부장급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료 상의 보통강구역 락원동은 우리로 치면 강남지역이다. 북한에선 평양시가 대동강 기점으로 서·동평양으로 나뉘는데 서평양 집값이 동평양보다 3배 가량 비싼 부촌이라고 한다. 서평양에서도 보통강구역은 중구역과 함께 내각일꾼, 당 핵심간부 등이 모여사는 고급 아파트와 주택단지가 몰려있다고 다른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최선희는 1990년대 말부터 주요 북·미 회담에서 얼굴을 보이며 남측에서도 친숙한 인물이지만 사생활 정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최 부상의 기혼 사실과 남편 이름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7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 중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 트위터]

지난해 7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 중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 트위터]

최선희를 놓곤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 ‘배제설’이 돌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2일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새로운 카운터파트를 언급하면서다. 새 카운터파트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 면담 때 동석했던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 박철 전 유엔대사가 거론된다. 김영철의 통전부 라인이 대미 협상 주도권을 쥐면서 외무성 라인인 최 부상이 밀렸다는 게 배제설 요지다.
하지만 이는 북한 정치체계상 통전부-외무성 갈등설이 성립되지 않고, 최 부상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노동당이 지배하는 북한에서 당 기관인 통전부와 정부기구인 외무성은 갈등할 수 없는 구조”라며 “당(통전부)이 정책 결정을 하면 외무성은 이를 집행하는 부서”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통전부는 대남을, 외무성은 대미를 전담했는데 김영철의 통전부가 대남·대미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되면서 김영철-최선희-김혁철 등으로 업무 분장이 내려가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카운터파트 교체가 아닌 전력 보강이라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최 부상이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을 포괄하며 최종 조율을 하고 김혁철과 박철이 각기 비핵화, 대미 관계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北 최선희 외무성 부상, 기혼 사실 처음 확인 #2차 북·미 정상회담 ‘배제설’ 설득력 떨어져 #비핵화·평호체제 협상 최종 조율 나설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19일(현지시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동그라미),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박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통역,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사진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19일(현지시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동그라미),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박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통역,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사진 트위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한 고위급 탈북자는 “최선희가 이용호 외무상을 건너띄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보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도 귀띔했다. 그의 실권을 볼 때 주요 협상에서 배제될 인물이 아니란 얘기다. 최 부상은 1990년대 외무성 통역으로 시작했지만 아버지 후광에 따라 대미 외교 전면에서 활약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10년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에 오른 뒤 2016년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에 이어 지난해 2월 외무성 부상까지 승진했다. 2000년대 외무성 통역시절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발언을 제멋대로 의역(意譯)했다”거나 “상사인 이근 북미국장이 이코노미석에 탔는데 최선희는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다”는 등의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최 부상의 배경이나 역할로 볼 때 그가 협상 전면에서 배제됐다고 보는 것은 맥락에 맞지 않다.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백민정·이유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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