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비건, 새 카운터파트 만났다", 김혁철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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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2차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과 미국이 지난주 워싱턴에서 새로운 협상 채널을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주 워싱턴에서 북한의 새로운 카운터파트와 만났다”고 밝혔다. 스위스에서 진행 중인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 직후 영상 콘퍼런스를 통해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위성으로 영상 컨퍼런스를 하고 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위성으로 영상 컨퍼런스를 하고 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많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했을 당시 (비핵화와 관련해) 추가 진전이 이뤄졌다”며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했을 뿐 아니라 비건 특별대표가 새롭게 지명된 그의 카운터파트와 만날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새로운 카운터파트가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19일(현지시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동그라미),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박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통역,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사진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19일(현지시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동그라미),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박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통역,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사진 트위터]

그동안 미국과 실무협상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대표를 맡아 왔다. 그래서 지난해 8월 북한과의 협상에 전권을 위임받은 비건 특별대표가 임명된 뒤 최선희-비건 라인이 실무 채널로 간주됐다.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직후 지난 19일부터 스웨덴에서 열린 남·북·미 접촉에 비건 특별대표가 참석해 북·미 접촉을 가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지난주 미국 방문 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의 새로 임명된 대표와 만났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지난주 미국 방문 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의 새로 임명된 대표와 만났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에 ‘비건 대표의 새로운 카운터 파트’라고 했다는 점에서 김 부위원장을 수행했던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가 새로운 인물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대사의 현직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양측은 정상회담이 합의되면 의제 등 실무협상은 북한 외무성과 미국 국무부가 맡아 왔다”며 “워싱턴을 방문했던 인사 중 외교부 라인은 김혁철이 유일한 만큼 새로운 채널이라면 김혁철 전 대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따라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라인이 진행하는 실무협상은 김혁철 대사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해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협의를 진행해 왔는데, 당시엔 최선희 부상과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대표를 맡았다.

북한이 대미 협상 라인을 교체한 배경이나, 최선희 부상이 완전히 협상라인에서 배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최 부상이 스웨덴 접촉에 나서는 등 여전히 공개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비건 대표의 격을 고려했거나, 북한 내부적으로 업무조정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의 표현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비핵화나 상응 조치 등 북미 간의 양자 협의는 김혁철이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 부상이 스웨덴에서 진행된 다자회담(19~21일)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평화체제 구축 등 다자회담은 최선희에게 맡기는 역할 분담 차원이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새로운 파트너로 박철 아태 부위원장이 거론되기도 한다. 한 당국자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목한 뉴 페이스가 박철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선희 부상이 협상라인에서 빠졌다면 스웨덴에는 왜 갔고, 비건 대표 역시 그를 만날 이유가 없다”며 “북한에서 이번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으니 폼페이오 장관이 그런 표현(새로운 카운터파트)을 한 것일 뿐 실제 협상에 들어가면 최선희 부상이 다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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