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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인싸]'이남자' 불만 "母세대 차별, 혜택 20대女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에서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에서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각종 통계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장 부정적인 그룹이 있습니다. 바로 20대 남성입니다. 리얼미터의 지난달 17일 조사를 보면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29.4%로 가장 낮았습니다. ‘이남자’라는 별칭까지 생긴 이들 사이에선 “‘페미니즘 대통령’ 때문에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이남자’를 지지층으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 의원이 30일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간담회 이름도 ‘국회에서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였습니다. 20~30명의 20대 남성들은 정부ㆍ여당의 여성 정책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급진적 페미니즘 운동을 반대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안티페미협회'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는 여성할당제 등 페미니즘 정책을 중단하고, 여성가족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급진적 페미니즘 운동을 반대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안티페미협회'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는 여성할당제 등 페미니즘 정책을 중단하고, 여성가족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D 직업은 할당제 안 하면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주제는 여성할당제였습니다. 여성가족부는 2019년도 업무계획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를 언급했는데, 이 제도가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러니 ‘페미당’(페미니즘 정당) 소리를 듣는 것”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2013년 미국 미시건대에서 노르웨이를 사례로 연구한 결과가 있다. 여성할당제를 도입한 기업에 오히려 손실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부작용을 검토하지 않고 유리한 자료만 취사선택해서 여성할당제를 적용하려는 것 아닌가.”

▶“교육 등 차별적 혜택을 주는 것은 여성을 약하게 만든다. 여성할당제를 통해 (할당제를 통하지 않은) 능력 있는 여성은 또 차별을 받는다.”
▶“남성이 다수인 3D 직업은 할당제를 안 하는데 왜 고위직에만 할당제를 하는가.”

표 의원은 “여가부의 정책 제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차별 해소와 평등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지향하다 보니 개별적으로 사안을 들여다보면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사법부 유죄추청을 규탄하고 있다.(오른쪽) 왼쪽은 이날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회원들의 성추행 2차 가해 중단 촉구 집회. [뉴스1]

곰탕집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사법부 유죄추청을 규탄하고 있다.(오른쪽) 왼쪽은 이날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회원들의 성추행 2차 가해 중단 촉구 집회. [뉴스1]

무력감 느낀다는 20대 남성 

여성폭력방지 기본법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발의한 가정폭력범죄 특례법도 타깃이 됐습니다.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본다는 점(여성폭력방지 기본법)과, 여성이 악용할 수 있다는 점(가정폭력범죄 특례법) 등이 지적됐습니다. 한 20대 남성은 “젠더 폭력을 다루는 법이라면 왜 피해자를 여성으로만 한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가정폭력범죄 특례법에 대해선 “공권력이 사적인 보복을 위해 쓰일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사실 관계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최근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가해자에게 1심에서 징역 6개월형이 내려진 ‘곰탕집 성추행 사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박진성 시인 성추행 사건’ 등이 거론됐습니다. “피해자 증언만으로 성추행이 인정되다 보니 남성들은 무력감을 느낀다”,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지난달 리얼미터 조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mm@joongang.co.kr

지난달 리얼미터 조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mm@joongang.co.kr

“20대 남성 완전 고립” 

20대 남성들은 왜 역차별을 호소할까요. 한 참석자의 발언에 이들의 논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여성 차별은 기성세대가 했는데 우리가 왜 똥을 치워야 하느냐. 차별은 어머니 세대가 받았는데 현 정부는 그 차별받은 고통을 20대 여성에게 보상해주려고 한다.”

부모 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에서는 성차별이 심각하지 않고, 그래서 지금 여성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ㆍ법이 과하다는 얘깁니다. 한 남성은 “현재 남성의 고통은 기성세대도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20대 남성이 완전히 고립됐다고 생각한다”며 “여성에게 배척당하고, 기성세대로부터 배척당하고, 정치권에 배척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돌아선 20대 남성의 마음을 달래는 것은 이날 하루의 행사로는 버거워 보였습니다. 정부ㆍ여당과 ‘이남자’의 앙금과 오해가 풀리게 될지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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