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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부재"→"심신장애"…못된 것만 배운 불법체류자, 성범죄로 징역 7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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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불법체류자가 "현장 부재" "심신장애" 등 말을 바꿔가며 다시 판결을 구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프간 국적 불법체류자, 성범죄로 징역 7년 확정 #"심신장애" 등 이유로 재심 청구…대법원 기각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불법체류자 신분인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H씨에 대해 강간상해 및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H씨는 2011년 5월 단기상용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뒤 같은 해 8월 체류 기간이 만료돼 범행 당시까지 7년째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법원에 따르면 H씨는 지난해 2월 대구의 한 꽃집에 들어가 일하고 있던 A씨를 성폭행하려고 했다. 장미꽃과 안개꽃을 주문한 H씨는 A씨가 꽃을 포장하는 사이 몰래 가게 출입문을 잠근 뒤 성관계를 요구했다. 거부하는 A씨를 수차례 폭행한 H씨는 계속해서 성폭행을 시도했고, A씨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알겠다"며 H씨를 가게 안에 있는 방으로 유인했다. A씨가 옷을 벗는척하자 H씨는 방심했고 이 틈을 타 A씨는 가게 뒷문으로 도망쳤다. 폭행을 당한 A씨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에 앞서 H씨는 같은 날 낮 대구의 한 길가에선 10대 여성의 뒤를 따라가 손으로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도 저질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피해 여성들이 가해자가 검은색 비니와 회색 등산용 마스크를 썼다고 하는 등 동일한 인상착의를 설명한 것을 듣고선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해 H씨를 검거했다.

1심 재판부는 H씨의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H씨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게 자신이 아닌 데다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각 범행의 경위 및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해 최초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한다"며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또 범행 발생 직후 꽃집 바닥에 떨어져 있던 소주병과 A씨의 티셔츠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H씨와 일치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자 H씨는 "심신장애 상태였다"며 대법원에 다시 판결을 구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원심에서 항소 이유로 심신장애 주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면서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를 봐도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형이 너무 무겁다는 H씨의 주장에 대해선 "법에 의하면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징역 7년의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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