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 빈소 찾은 文…靑 "과거사 안 물러서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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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옆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옆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장례식장에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도착했다. 침통한 표정이었다. 그는 홀로 헌화를 한 뒤 김 할머니의 영정을 오랫동안 응시했다. 그런 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 장례위원장들과 악수했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빈소 옆에 마련된 응접실에서 상주들과 면담했다. 24분이 지나서야 문이 열렸다. 조객록(弔客錄)에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 문재인”이라고 적었다. 현직 대통령 자격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빈소 조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부의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라고 남겼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부의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라고 남겼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상주들과의 면담에서 “조금만 더 사셨으면 3ㆍ1절 100주년도 보고, 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려서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텐데”라며 “한분 한분 다 떠나가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상주들은 “김 할머니가 ‘끝까지 해달라’, ‘재일 조선인 학교도 계속 도와달라’고 했다. ‘나쁜 일본’이라면서 일본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다”며 고인의 말을 소개했다. 고 김 할머니는 또 “김정은이 빨리 와야 한다. 오면 금으로 된 김정은 도장을 만들어 통일문서에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조문에 앞서 페이스북에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 살아 계신 위안부 피해자 23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고 적었다. 고 김 할머니에 대해서는 “흰 저고리를 입고 뭉게구름 가득한 열네 살 고향 언덕으로 돌아가셨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1993년 할머니의 유엔 인권위 위안부 피해 공개 증언으로 감춰진 역사가 우리 곁으로 왔다”며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용기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앞으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란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 초계기 저고도 위협 비행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화해의 돌파구 찾기가 더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에는 과거사 문제에선 물러서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일간 갈등 요소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도 강해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1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있다. 한편 김 할머니는 지난 28일에 향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 청와대]

지난해 1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있다. 한편 김 할머니는 지난 28일에 향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 청와대]

 양국 정상은 6월로 예정된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 개선과 역사 바로잡기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3ㆍ1운동 100주년과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 행사가 예정돼 있다.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일본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쉽지 않다. 일본 역시 4월 30일 아키히토 일왕이 물러나고 나루히토 왕세자가 왕위에 오른다. 즉위식에 앞서 일본 역시 태도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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