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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700% 성과급' SK하이닉스, 생산직 뺀 사무직만 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K하이닉스가 오는 30일부터 사무직(약 1만5000명)에게 ‘1700%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오는 30일부터 사무직(약 1만5000명)에게 ‘1700%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성과급 지급 문제로 노사 갈등이 불거진 SK하이닉스가 내일(30일)부터 사무직(약 1만5000명)에 ‘1700%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날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투표를 부결시킨 생산직(약 1만2000명) 근로자는 제외된다. 설날 연휴를 앞두고 기존에 합의된 성과급 지급을 늦출 수 없다는 경영진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기술 사무직부터 설날 이전에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시기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사무직은 생산직과 달리 노조와의 임단협으로 임금인상률이 정해지지 않는다. 한국노총에 속해있는 이천ㆍ청주 등 생산라인 근로자와 달리 사무직의 경우, 노조 가입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사무직 일부가 민주노총 산하 별도 노조를 만들었지만, 가입자 수가 적어 아직 회사와의 교섭 권한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생산직은 임단협 부결로 기약 없어  

30일부터 성과급을 받는 사무직과 달리 생산직 근로자들은 성과급 수령이 당분간 기약 없게 됐다. 지난 28일 임단협 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성과급의 베이스가 되는 2018년 임금인상률 역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대의원 투표로 지난해 임금인상률에 대해 과반수 찬성을 해야만 지난해 소급분까지 결정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 23일 임단협에서 월 기준급의 1700%(총연봉의 85% 수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합의에 따라 연봉이 6000만원(기준급 3600만원, 업적금 2400만원)인 과장급(책임) 1년 차 직원은 총 510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게 됐다. 총연봉은 1억1100만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SK하이닉스 창사 이래 사상 최고 규모 성과급이지만, 생산직 사이에선 “기대했던 수준 대비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20조8440억원)은 전년(13조7200억원) 대비 52% 늘었는데, 성과급은 2017년 대비(월 기준급 1600% 수준)에서 100%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반도체 경기가 안 좋아질 전망이어서 성과급을 기대할 수 없으니 이왕 줄 때 많이 받자는 생각이다.

"현대전자 때 무급 휴가도 다녀왔는데…" 

일부 직원들은 네이버ㆍ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회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중이다. 한 SK하이닉스 직원은 “어려웠던 현대전자 시절부터 회사가 하라는 대로 무급 휴가도 다녀오고 복지 혜택도 반납하면서 회사를 지켜왔다”며 “회사가 반도체 호황으로 최대 성과를 냈는데 솔직히 조금 더 받고 싶다”고 말했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예기치 않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부결로 주가가 장중 4% 가까이 떨어졌다. 29일에도 이 회사 주가는 오전 11시 현재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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