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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발 맞서 방어적 대응력 갖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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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얼굴) 대통령은 22일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국방력을 보유할 필요는 없지만 일본이 공격했을 때 '이익보다는 손해가 많겠구나'하는 정도의 방어적 대응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해양주권 수호 관련 해양경찰관 격려 청와대 오찬'에서 "일본이 우리보다 우월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적어도 일본이 우리에게 도발하지 못할 정도의 국방력은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하지만 정보전력만큼은 최소한 일본 수준까지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그동안 독도 문제는 우리가 독도를 일본에 뺏길 염려가 없다고 생각하며 '조용한 외교' 기조를 유지했는데 조용한 외교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어 정면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이승재 해양경찰청장 등 200여 명의 해경이 초청됐다.

[뉴스 분석] '도발.전투력' 민감한 표현
일 우경세력 자극할 우려

일본의 EEZ 해양주권 관련 '도발' 가능성을 거론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은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대일 경고'로 해석된다. 한.일 수교 30주년이던 95년 11월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한 이후 가장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언급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3월에 "각박한 외교전도 있을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발'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한.미.일 3각 동맹의 한 축인 일본을 '가상 적' 개념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의 불씨를 던졌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의 EEZ 주권이 침해됐을 경우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라며 "EEZ 주권 수호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순시함과의 잦은 해상 대치로 고생이 많은 해양경찰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높이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라며 "돌발 사태에 대한 억제력 강화 차원에서 향후 장비 등 예산 지원을 하겠다는 차원으로 해석해 달라"고 했다.

물론 그간 양국 갈등 사태의 책임은 과거 역사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 정부와 일부 정치인의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가원수가 외교적 수사 대신 '전력''도발''전투력 확보' 등의 민감한 표현을 씀으로써 일본의 우경 세력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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