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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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국이나 일본·프랑스·서독등 선진국경찰을 대해본 사람들은 우리경찰과 너무 다른 모습에 놀라곤 한다.
회사원 박기정씨(29·서울 장안동)는 지난 3월 회사 일로 일본에 갔을 때 경험한 일본경찰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바이어들과 상담을 마친 뒤 승용차를 몰고 숙소로 돌아가던 박씨는 일본교통 경찰이 위반을 하지 않은 자신의 차를 세우라고 손짓하는 것을 보고 겁이 덜컥 났었다.
한국에서의 교통경찰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박씨의 걱정은 다가온 경찰관이 『차 뒷부분에 흙탕물이 많이 튀어 미관상 보기 안 좋으니 닦고 가는 게 좋겠다』는 말에 봄 눈 녹듯 사라졌고 일본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누구든지 차비가 떨어지면 파출소에 찾아가 주소와 이름만 적어놓으면 5천여 원을 빌릴 수 있는 것에서부터(일본) 부부싸움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이 포도주를 들고가 화해를 시키는 관례나(서독)시민들이 평가하는 경찰관의 정직성과 윤리성이 변호사나 국회의원보다 월등히 높은 것에 이르기까지(영국) 경찰관이 말 그대로 「민중의 지팡인「시민과 가장 친한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선진국 경찰들의 모습이다.
국민의 85%가 강·절도 등을 당해도 『해결해주지도 못하면서 귀찮게만 굴 것 같아』신고하지 않는 우리와는 너무나 딴판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도 경찰관들의 봉급은 비록 생계비이하 수준인 한국경찰만큼은 아니어도 박봉인 것이 공통적 특징이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 대한 봉사와 친절을 생명으로 알고있는 경찰관들에 대해 국민의 존경과 신뢰가 주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한국경찰이 일제하에서 만들어진 조직체계와 의식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 반해 전전시민들로부터 공포의 대상이었던 일본 경찰은 피나는 노력 끝에 「시민의 경찰」로 바꿔진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오랜 진통 끝에 일본 경찰은 그 존재와 활동의 전제조건이 국민의 신뢰와 존경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원칙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해 갈 것입니다.』
일본 경찰이 해마다 스스로를 비판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해 발간하는 경찰백서에서 「하야시·케이조」경찰청장이 한 이 말은 한국경찰이 크게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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