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한항공 경영참여 땐 3년간 최대 489억 포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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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지난16일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린 플라자 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등 관계자들이 지난16일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린 플라자 호텔 앞에서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주주권행사(스튜어드십코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 참여를 하려면 포기해야 하는 수익이 3년간 최대 489억원에 달한다는 자료가 처음 공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은 25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전문위원회(이하 수탁자위) 회의’ 자료를 공개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3일 대한항공ㆍ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세부 방안을 논의한 수탁자위 회의 때 위원들에게 제공한 자료다.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2016~2018년까지 각 1년간 경영참여를 했다고 가정하면 123억원(2016년), 297억원(2017년), 49억원(2018년)의 단기매매차익을 토해내야 한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시기로 좁히면 64억원(2017년), 44억원(2018년)으로 나타났다. 단기매매차익은 연간 매도ㆍ매수에 따른 차익의 총합과 그 해 말일 순매수(매도) 잔량이 다음년도 6월 말까지 매도(매수)되면서 발생한 차익의 합으로 계산한 수치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주식을 11.70%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인 한진칼(29.96%)에 이은 2대 주주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을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상태에선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등 경영참여와 관계없는 주주권 행사만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임원의 선임ㆍ해임, 정관변경을 위해 직접 제안을 하거나,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위임장 대결을 하는 등의 좀 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려면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6개월 이내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하고, 대한항공의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공시해야 한다. 내부정보 취득ㆍ이용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진칼 주주 구성, 대한항공 주주 구성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거래소]

한진칼 주주 구성, 대한항공 주주 구성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거래소]

수탁자위는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경영참여에 사실상 반대 결론을 냈다. 9명의 위원 중 7명이 반대, 2명이 찬성했다. 위원들 상당수가 “조양호 회장 등 경영진 일탈로 회사의 이미지와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경영참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3년간 108억~489억원의 단기매매차익을 포기하는 것에 비해 크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수탁자위의 A위원은 “조 회장 일가가 옳다고 생각해서 반대한 게 아니다. 국민연금이 잃게 될 수익을 먼저 생각해서다”라고 말했다. B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제1원칙은 수익 극대화다. 경영참여가 거기에 도움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C위원은 “경영참여 자체를 반대한게 아니다. 앞으로 단계적으로 해도 된다. 지금 당장 급하게 할 필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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