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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 동의안 부결] '부결 정국' 盧도 野도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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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 부결 사태는 정국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원내 과반수를 차지한 한나라당과 제2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동의안을 부결했다. '초미니 여당'대 '거대 야당'이란 불안정한 구도는 유감없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盧대통령은 연타를 맞았다. 첫번째가 김두관(金斗官)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안 가결이다. 두번째가 尹후보 임명동의안 부결이다. 盧대통령은 소수의 한계를 절감하게 됐다. 사실상의 야3당 간 공조가 노골화할 경우 盧대통령은 거의 무장해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당장 이라크 파병, 위도 원전수거물관리시설(원전센터) 문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이나 내년도 예산안 처리, 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 등 주요 현안들이 거야(巨野)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럴 경우 무당적(無黨籍) 대통령이란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는 盧대통령의 구상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

거꾸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비리나 자질 등에서 尹후보의 뚜렷한 결격 사유를 집어내지 못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다수의 횡포''국정 발목잡기'라는 비난 여론을 탈 경우 오히려 친노(親 노무현 대통령)세력의 결집을 가져올 수도 있다.

당장은 청와대와 국회, 여야의 대치와 격돌이 거세질 전망이다.

◇찬반 놓고 격론=26일 본회의 표결 전만 해도 분위기는 통과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역풍을 우려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찬성 쪽으로 분위기를 유도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각당 의총을 거치면서 기류가 변했다. 의원 사이에서 "부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통합신당 쪽 의원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당론이 뭐냐"며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盧대통령의 거듭된 국정 난맥과 인사 내정자의 인준을 연결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공개로 열린 의총에선 격론이 오갔다.

감사원장 인사청문회특위 위원장인 김정숙 의원은 尹후보에 대해 "능력이나 자질면에서 국가회계 질서와 공직기강 확립을 완성하기에는 좀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다는 게 위원들의 의견이지만 국가관.도덕성.청렴 등에선 흠결을 찾기 어려웠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의원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이 설명하라"고 반발했다. 간사로 청문특위에 참여했던 홍문종 의원이 "부결시키면 국정을 발목 잡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의원들은 "국민은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뭐하느냐고 한다""감사원장 감이 아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민주당의 의총 분위기는 찬성 쪽이 대세였다. 박상천 대표가 "부결됐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정밀하게 분석해 찬반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의원들도 "부결시켜야 할 딱 떨어지는 이유가 없다" "(盧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가 많았다.

반대 쪽 기류가 우세해진 데 대해 정치권에선 ▶안풍(安風)과 관련한 강삼재 의원의 의원직 사퇴▶盧대통령의 언론 비하 발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정민.강갑생.박신홍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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