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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로 20년 버틴 여장부 최정숙···윤석열 동기, 가깝진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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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거나 개인 영달을 추구한 것도 아니고 상고법원 설치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일을 사법처리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양승태 전 대법원장(가운데)이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최정숙 변호사(왼쪽)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가운데)이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최정숙 변호사(왼쪽)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구속이 결정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를 맡은 최정숙 변호사(52·사법연수원 23기)가 사석에서 했다는 말이다. 최 변호사의 연수원 동기인 현직 변호사에 따르면 그는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수임하기 전부터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최 변호사가 윤 검사장의 사법부 수사에 대해 화를 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양승태 변호 최정숙, 평소 "정책 위해 한 일 어떻게 처벌하나" #오빠도 검사 출신.1호 '남매검사' 기록도

 이화여대를 졸업한 최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연수원 동기다. 그렇지만 둘이 그리 가깝진 않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 사건 뿐 아니라 윤 지검장이 담당했던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됐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도 연수원 동기로 변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윤 지검장과 적어도 현재로선 확실히 반대편에 서 있는 셈이다.

"최정숙, 여자 동기 하나 없이 홀로 20년 버틴 여검사" 

최 변호사를 잘 아는 연수원 동기들과 검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를 “여장부"라고 칭한다. 맡은 일은 주도적으로 하는 데다 말을 돌려서 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23일 양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에 나오다 기자들 앞에 멈춰 서자 팔을 잡아끌기도 했다.

1994년 최 변호사와 함께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검사 동기로 임관한 여성은 단 2명이었다. 최 변호사와 2017년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됐다가 미공개 정보 이용한 주식 거래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이유정 변호사다. 임관 당시 최 변호사의 유일한 여성 동기였던 이 변호사는 검사 생활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검찰에서 나갔다.

최 변호사의 오빠도 검사 출신으로 당시 '1호 남매 검사'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남편은 방송사 기자 출신이다.

최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한 검찰관계자는 “여자 검사가 극소수인 시기에 검찰에 들어와 20년 넘게 버티며 지청장까지 한 것만으로도 그 능력과 성격을 짐작할 수 있지 않냐”며 “씩씩하고 활달한 성격에 목숨 건다고 느낄 정도로 일을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연수원 동기인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정숙은 배려하고 베풀 줄 아는 사람인 데다 성격까지 활달해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술을 마시면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라는 노래를 자주 부르곤 했다”고 말했다.

"특수사건보다 형사사건 주로 맡아" 

최 변호사는 검찰에서 21년을 근무하면서 형사 사건을 주로 맡았다. 여검사로는 처음으로 대검찰청 연구관을 지냈고 부산지검, 인천지검, 수원지검 등에서 형사부 부장검사를 지냈다. 낙동강 맹독폐수 사건을 수사해 관련 업체로부터 수억 원대 뇌물을 받고 폐수 무단방류를 눈감아준 공무원들과 업체 관계자 10명을 한 번에 기소하기도 했다.

최정숙 변호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상조 기자

최정숙 변호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상조 기자

최 변호사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검찰 관계자는 “업무 처리가 빠르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특수부 경력이 많은 ‘특수통’도 아니고 검사장 출신도 아닌 최 변호사가 전직 대법원장의 변호를 맡아 의아하긴 했다”고 말했다.

"김승규-양승태 관계 때문에 로고스가 변호"

법조계에서는 최 변호사가 소속돼 있는 로펌이 로고스여서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를 맡게 됐다고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시험 동기이자 사돈인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이 법무법인 로고스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직 수락을 고민할 때 김 전 장관이 전화를 걸어 설득한 일화는 유명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미국 존뮤어 트레일 도중 김 전 장관의 “국가가 부르는데,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합니까”는  전화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법원장직을 수락했다.

2005년 2월 국회 법사위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돈인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이 답변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5년 2월 국회 법사위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돈인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이 답변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에 대해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최 변호사가 검찰 출신 윤석열 검사장과 동기이기 때문에 로고스 변호사들 중 양 전 대법원장 변호를 맡게 됐을 것”이라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에까지 검사장이나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 없이 최 변호사를 앞세워 들어갈 줄은 몰랐다.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신감 때문인지 자기 자신을 너무 믿은 것 같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단이 영장심사에서 사용한 전략이 결과적으로는 구속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후배 판사들이 거짓 진술을 했다고 하는 등 증거능력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이 패착이었던 것 같다“며 ”영장전담 판사 입장에서도 전직 대법원장 구속이 꺼려졌을 텐데 양 전 대법원장이 책임감 없는 태도를 보이자 마음 편히 구속 결정을 하지 않았겠냐“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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