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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트럼프 "방위비 12억달러 내라" 작년말 文에 직접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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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30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2억 달러(1조3554억원)는 내 달라”고 요청했다고 회담 과정에 밝은 소식통이 24일 밝혔다. 당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언급이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11월 말 G20회의서 만나 언급 #소식통 “트럼프 완강하다” #청와대 “합리적 수준 타결 노력”

지난해 G20 정상회담은 약식(pull-aside)으로 약 30분간 진행됐다. 시간이 빠듯한 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회담 직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취재진이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요구한 것이 있었나”라고 묻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양측이) 굉장히 짧게 한마디씩 언급을 하시면서 넘어간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지난 2017년 체결된 방위비분담금 협정에 따라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는 9602억원, 약 8억3000만 달러다.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1년 주둔 비용이 40억 달러인데 한국은 6억 달러만 내고 있어 문제이고, 이제는 그 두 배인 12억 달러는 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며 “도대체 이 수치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2016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2015년 한국이 낸 분담금은 8억800만 달러이며 주한미군 전체 주둔 비용의 약 50%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인지해온 전체 주둔비용은 약 17억 달러인 셈이다.

그럼에도 복수의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완강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G20 계기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당국자들은 한국 측에 “무조건 10억(billion) 달러 단위여야 한다. (한국이 원하는 1조원 이하인) 백만(million) 달러 단위는 못 받는다”고 선을 그었다(중앙일보 1월 23일자 1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지난해 말에도 외교채널을 통해 ‘최상부 지침’이라며 12억 달러를 강조하면서도 “10억 달러 미만은 어떤 경우에도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한국 측은 ‘최상부’를 트럼프 대통령으로 간주했다. 10억 달러는 24일 환율 기준으로 1조129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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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고 방위비 분담금 협의 진행 상황을 논의한 뒤 “공고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합리적 수준에서 분담금 합의가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다음 협상 일정에 대해 “아직 한·미 상호 간 입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단계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과거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관여했던 외교 소식통은 익명을 전제로 “미국은 트럼프 정부 이전부터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해 왔다”며 “이번엔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카드로 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수진·이근평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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