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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국 “무조건 빌리언” 방위비 분담금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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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 정부가 부담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해 미국 정부 당국자가 지난주 “단위가 10억(billion) 달러여야 한다. 현재의 100만(million) 달러 단위는 절대 못 받는다”고 알렸다고 한·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이 22일 밝혔다.

“밀리언은 안 된다는 게 트럼프 뜻” #미국 측 사실상 마지노선 제시 #“한국 더 안 내면 미군 철수 입장”

한국의 부담금은 1조원을 훌쩍 넘겨야 한다는 미국 측 마지노선을 통보한 셈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미국 당국자의 발언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2017년 체결된 방위비분담금 협정에 따라 지난해 한국이 부담한 금액은 100만 달러 단위인 9602억원이다. 한국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이 1조원 선을 넘기면 곤란하다는 입장으로 협상에 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미국 정부 당국자는 다른 한국 측 인사에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더 내든지, (주한미군을) 우리가 빼든지(Either they pay or we pull out)’라는 입장이 강경하다”며 “우린 입장을 정했고, 협상 여지는 없다”고도 알렸다. 이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예고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열렸던 10차 한·미 방위비 실무협상은 결렬됐다. 미국 측이 분담금을 10억 달러 단위로 올리면서 협정 유효기간도 현재 5년에서 1년으로 줄이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거부했고, 협상은 이에 따라 한·미 외교 당국 간 실무진의 손을 떠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당국자가 한국 측에 ‘액수 마지노선’을 거론한 게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가 향후 주한미군 감축을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게 됐다.

특히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독려하는 보상으로 주한미군 감축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미국 측이 미 본토를 타격권으로 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요구하면서 연합훈련 중단 및 주한미군 감축을 상응조치로 내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주한미군) 철수를 바란다”고 한 뒤 “(철수가) 지금은 아니다”고 해 여지를 남겼다.

미국의 압박이 커지면서 청와대는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의제로 올리며 매주 점검 중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직접 만나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설득하려 했지만 차질이 빚어졌다. 강 장관은 다보스포럼(23~25일)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이 문제를 논의하려 했는데 미국의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일시정지) 사태로 폼페이오 장관이 다보스에 불참했다. 이에 따라 강 장관은 지난 21일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 통화로 협의를 대신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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