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ㆍ27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출마 의향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까지도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며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였다.
김병준 측 "황교안부터 만나 불출마 설득" #"친박·탄핵 프레임에 계파갈등 우려도…" #오세훈 "취지는 이해하지만 동의 못해" #황교안 "저는 저의 길을 가도록 하겠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동시에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 등 당권 주자들에게도 불출마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당 대표 선거에) 나오지 않았으면 하거나 나올 명분이 크지 않은 분들이 출마를 염두한 행보를 하거나 나오려고 하고 있다”며 “2020년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하며 당에 대해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황 전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친박과 탄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당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는 이유다. 또 “당과 연관 없던 분이 갑자기 나타나서 당 대표가 된다는데, 너무 쉽게 되면 귀한 것을 모른다”고도 했다.
황 전 총리가 대표가 되면 당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친박과 탄핵 프레임은 당내 통합에 방해가 되는 건 물론 보수통합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실책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공격 당해 2020년 총선을 수세적으로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계파 논쟁이 당 내부에서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황 전 총리 입당 후 이런 현상이 나타나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만간 황 전 총리 등과 접촉해 전대 출마를 만류하겠다는 방침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황교안 전 총리와 오세훈 전 시장 등을 만나서 설득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구상 중이다. 황교안 전 총리를 먼저 만나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H2O 구도’ 전대, 당권 주자들 계산 제각각
당권 주자들은 김 위원장 발언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오 전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계파부활 조짐이 보이고 있고 특정 주자가 특히 계파색이 강하다보니까 고민을 담아서 하신 말씀 같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도 “당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 아니겠냐”며 “저는 저의 길을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불출마 요구에 아랑곳 않고 이날 오전부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 그는 21~22일 부산·울산·경남(PK)을 찾은 데 이어 계속 영남권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 세미나에도 참석해 “대한민국 3만 달러 발판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시작이 됐다”는 발언을 했다.
황 전 총리는 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인천에서 열린 포럼에서 축사를 한 뒤, 국회와 한국당 서울시당 등을 연이어 방문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강연에서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웃고 포옹하는 장면에 ‘귀엽다’는 말이 나오는데, 1~2년 전에 자기 이복형을 독살했고, 자기 고모부를 공개 처형한 지배세력이 갑자기 귀여운 인물로 바뀌었겠느냐”고 발언했다.
최근 출마로 가닥을 잡은 홍준표 전 대표는 김병준 위원장 불출마에 따른 득실을 계산하고 있다. 홍 전 대표측은 전당대회가 ‘H2O(홍준표-황교안-오세훈)’의 3자 구도가 될 경우 일단 먼저 오 전 시장을 누르고 황 전 총리와 양자구도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홍 전 대표는 ‘TV 홍카콜라’로 대중성은 확보했지만 당 대표 시절 인적쇄신 과정에서 등을 돌린 의원들이 많아 당협위원장보다는 개별 당원들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홍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고 말했다.
한영익·김준영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