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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뉴스] 현대차 썰렁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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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출시한 지 석 달이 지난 신차의 품질을 조사하는 IQS에서 현대차의 투싼과 기아차의 프라이드가 소형 레저차량(RV) 부문과 소형차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날 JD파워의 제임스 데이브 파워 3세 회장은 최재국 현대차(기획.영업담당) 사장과 조남홍 기아차 사장에게 상패를 전달했습니다. 2004년 똑같은 조사에서 현대차 EF쏘나타가 중형차(엔트리 미드사이즈) 부문에서 1등했을 때와 이날의 수상식 분위기는 딴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수백 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고 정몽구 회장은 행사 내내 함박웃음을 띠었습니다. 21일에는 해당 분야 임원 20여 명만 참석했지요. 투싼은 이번 평가에서 쟁쟁한 경쟁자인 혼다 CR-V나 닛산 엑스테라, 도요타 라브4 등을 눌렀습니다. 프라이드도 소형차 부문에서 도요타의 사이언을 제쳤습니다. 현대차는 브랜드 평가에서도 총 102점을 획득해 럭셔리 브랜드인 포르셰.렉서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대단한 성과였습니다. 아쉬운 것은 기대했던 중형차 부문의 NF쏘나타가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에 밀려 3위에 그친 것이죠.

현대차가 JD파워 조사에서 괄목할 성장을 한 것은 1990년대 미국에 진출한 도요타를 벤치마킹했던 결과입니다. 도요타는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를 89년 미국에 출시했고, 3년 만에 벤츠.BMW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렉서스가 JD파워의 각종 조사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현대차는 90년대 중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JD파워로부터 컨설팅까지 받았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오늘의 영광으로 나타난 겁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중고차 가격의 기준이 되는 JD파워의 '신뢰성 및 내구성 조사(VDS:3년 된 차량의 품질 수준)'에서는 아직 중하위권입니다. 그만큼 갈 길이 멀고도 험합니다. 정몽구 회장 없이 치러진 이날 JD파워 수상식은 현대차가 진정한 글로벌 강자가 되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일깨워 줬습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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