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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색 특수' … 판촉 필요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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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기가 밤에 열리면서 집에서 맥주 한 잔과 함께 TV를 보려는 소비자들의 쥐포 주문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시작과 함께 평소의 3배 이상인 하루 400봉지(60마리들이)가량을 팔았다. 최 사장은 "월드컵 특수는 응원용품 같은 다른 업종 이야기라고 생각해 특별한 판촉 전략도 세우지 못했는데 뜻밖"이라며 즐거워했다.

이처럼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월드컵 덕분에 예상치 않은 호황을 맞은 상품들이 있다. 최근 G마켓에서 월드컵에 즈음해 판매량이 급증한 제품을 조사한 결과 붉은악마 티셔츠, 야광뿔 등 응원용품부터 족발.치킨 등 야식 상품까지 다양했다.

이 가운데서도 눈길을 끈 것은 불꽃놀이용 폭죽과 콘돔. 평소 60~70세트 팔리던 폭죽은 월드컵이 시작된 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이 토고를 이긴 다음날에는 '붐'을 타면서 이 사이트의 폭죽 판매로는 사상 최대인 300여 세트를 팔았다. 폭죽이 잘 팔리는 성년의 날이나 명절 때에 비해서도 2~5배 많은 양. 콘돔은 월드컵 개막 첫 주 3000개 이상이 팔렸다. 평소 주간 판매량이 1000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하루에 500여 개 이상이 팔리는 날도 있다. G마켓 관계자는 "월드컵이 새벽에 열리기 때문에 이 제품이 잘 팔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옥션에서도 알람시계.수면안대 같은 수면 관련 제품이나 밤샘으로 꺼칠해진 피부를 다스리는 마스크팩 등이 월드컵 '대박'상품으로 떠올랐다.

옥션 관계자는 "보통 알람시계는 신학기나 시험기간에 판매량이 느는데 요즘 이례적으로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영화관.음식점.택시 등은 월드컵 열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토고전이 열린 13일과 프랑스전이 열린 19일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각각 8만8000여 명과 7만6000여 명. 올 들어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하루 관객 수가 10만 명을 넘지 못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축구 중계를 보기 위해 직장인들이 귀가를 서두르다 보니 서울 시내 유흥가도 한산해졌고, 술 손님이 줄다 보니 택시기사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업종별 명암은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6월 한 달간의 품목별 소비증가율을 보면 뚜렷하다. 당시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DVD 플레이어.셋톱박스.평판 TV 등의 판매량은 전해 같은 달에 비해 10배가량이나 늘어난 반면 영상반주기.위스키.담배.서적 등은 매출이 줄었다.

김필규.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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