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 디지털화 … 지상파 넘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상파방송보다 훨씬 더 품질 좋은 방송을 서비스하겠다. 콘텐트 육성에도 적극 나서겠다. 케이블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케이블방송 업계가 고화질(HD) 중심의 전면 디지털화를 내세우면서 '제2의 탄생'을 선언했다. 디지털방송을 선도하는 매체가 되겠다는 야심이다. 디지털 셋톱박스 보급에만 3조원 이상 필요한 비용도 케이블 업계가 부담하겠다는 의지다.

6월 현재 케이블 가입 가구는 전체 시청가구(1700만)의 80%에 달한다(그래픽 참조). 그러나 월평균 수신료는 5400원에 불과하다. 케이블의 디지털화는 저가의 틀을 깨고, 고급형 방송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IT 산업의 급성장과 미디어 시장의 격동 속에서 지상파의 영향력을 넘어서겠다는 장기 포석이다.

◆ '케이블=저가' 이미지 벗는다=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SO협의회)는 21일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10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끝내고 고화질서비스를 본격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그간 케이블 업계는 HD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SD(표준 화질)급 중심의 서비스를 추진해 왔다. 이후 상황을 봐 점진적인 HD로 간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이날 발표는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 어느 매체보다 빨리, 더 고급형의 방송을 구현하겠다는 선언이다. SO협의회는 우선 현재 편성 중인 약 75개 채널(SD급)을 내년까지 HD로 전환한다. 2010년까지는 HD 채널을 150개로 늘린다.

이처럼 케이블 업계가 공격적인 디지털 전략을 들고 나온 건 지상파방송.인터넷방송(IPTV)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 SD급 화질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미미한 것도 한 원인이다. 오광성 SO협의회장은 "케이블이 지상파의 보조 매체나 저가 방송이라는 이미지를 벗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공회대 조은기(신문방송학) 교수는 "케이블은 다른 매체보다 고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으며, 서비스가 시작되면 실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상파 MMS, 절대로 허용 안돼"=케이블 업계는 지상파방송이 월드컵을 맞아 시험방송 중인 MMS 서비스에 대해 이날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MMS(Multi Mode Service)는 디지털방송 1개 채널(6㎒)에서 다양한 화질의 3~4개 채널을 동시에 송출하는 방식이다. 케이블협회 측은 "공룡 사업자인 지상파가 슬그머니 다채널 사업자가 되려는 시도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지상파와의 경쟁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다.

◆ "콘텐트에서도 지상파 벽 넘겠다"=케이블의 시청점유율이 매년 늘고 있다(그래픽 참조).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다르다. 드라마 등 지상파 계열 PP(방송채널 사용 사업자), 즉 KBS.MBC.SBS 소유 채널이 시청률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케이블 업계가 자체 콘텐트를 개발하지 않으면 아무리 디지털화를 해도 결과적으로 지상파 독과점만 확대시켜줄 수 있다.

최근 이를 개선하기 위한 PP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상파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드라마에까지 진출하는 상황이다. CJ미디어는 자체 제작한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종합 버라이어티 채널 'TVN'을 올 하반기 개국한다. 미국에서 정착한 'TV 영화'라는 장르의 도입도 눈에 띈다. OCN은 2004년 '동상이몽'이란 영화를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기에 힘입어 지난해 총 2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코마'를 올 7월 방송한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