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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영장 여부, 사실상 전담판사 5명 합의 결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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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12일 만에 또 포토라인 앞에 섰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3일 오전 10시24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양 전 대법원장의 표정은 지난 검찰 조사 때보다 어두워 보였다.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그는 포토라인 앞에 잠시 섰지만 동행한 최정숙 변호사가 팔짱을 끼고 이끌자 법정으로 들어갔다.

전직 대법원장 초유의 영장심사 #전담 판사들 지난 주말에도 출근 #검사 4명, 40개 혐의 PPT 준비 #양승태 포토라인서 잠시 멈칫

이날 심문은 오후 4시까지 5시간30분간 진행됐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때(6시간)와 비슷하다. 역대 최장 구속영장심사는 ‘국정농단’ 혐의를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총 8시간40분이었다.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7시간30분)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시간30분)도 장시간 걸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23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23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뉴시스]

검찰은 이날 심문에 수사 핵심 인력인 신봉수 특수1부 부장검사(48·29기)와 양 전 대법원장을 직접 조사했던 단성한(45·32기)·박주성(41·32기)·조상원(46·32기) 등 특수부 부부장검사를 투입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40여 개에 달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를 법원에 설명하기 위해 파워포인트(PPT) 자료도 준비했다. 이날 심문 전 역할을 나눠 예행연습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의 피고인 측 변호인인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수차례 만났다는 사실을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에 직접 관여한 점을 강조해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려는 전략이다. 반면에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해 “실무진이 한 일이라 알지 못한다” “대법원장으로서 죄가 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며 적극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심사 종료 후 양 전 대법원장은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굳은 얼굴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대기 차량을 타고 법원을 나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뒤를 이어 나온 최정숙 변호사도 취재진의 질문에 한숨만 쉬며 아무 답변이 없다가 결국 중간에 멈춰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고만 말한 뒤 법원을 빠져나갔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영장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했다.

법원 안팎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를 심리한 명재권 부장판사뿐 아니라 다른 영장전담 부장판사들도 모두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법원 사무실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명 부장판사가 결정을 내리겠지만 사실상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 발부 여부는 5명의 영장전담 재판부가 ‘합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에도 영장전담 판사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출근했다 .

이날 법원은 돌발상황에 대비해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들어갈 법원 1, 2층의 4번 출입구 인근엔 취재 허가 비표를 소지한 취재진 100여 명 외에는 출입이 통제됐다.

김기정·이후연·박태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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