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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인공강우로 중국 미세먼지 잡을 수 있을까…이벤트에 그칠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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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기상과학원의 인공강우 실험 장면 [중앙포토]

국립기상과학원의 인공강우 실험 장면 [중앙포토]

기상청이 중국발(發)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25일 서해 상공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한다.
하지만 국내외 사례로 볼 때 이번 실험은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더욱이 경험이나 장비가 부족해 실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주상원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장은 23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사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25일 경기 남부와 인근 서해 상에서 기상 항공기(킹에어 350기종)를 이용, 올해 첫 인공강우 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해 먼바다 인공강우 첫 실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인위적인 강수 입자를 성장시킬 수 있는 구름 씨앗(인공강우 물질)을 살포해 빗방울을 성장시켜 비가 내리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구름 씨앗으로는 실제 구름 씨앗과 구조가 비슷한 요드화은(AgI)이나 물방울을 결집해 구름 씨앗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흡습성 물질(염화나트륨 등)을 사용한다.

25일 실시되는 이번 실험은 서해 먼바다에서 시행되는 첫 인공강우 실험이다.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함께 진행하며, 항공기와 선박, 이동 관측 차량, 도시 대기 측정망 등 기상 장비와 환경 장비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합동 실험 형태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인공강우 실험 대상 지역. 김포공항을 출발 수원 상공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뒤 서해상에서 기상 1호선 선박과 만나 실험을 진행한다. [자료 기상청]

인공강우 실험 대상 지역. 김포공항을 출발 수원 상공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뒤 서해상에서 기상 1호선 선박과 만나 실험을 진행한다. [자료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서해 먼바다에서 남북 방향으로 구름에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AgI) 연소탄 24발(요오드화은 3.6㎏)을 살포할 예정이다.

또, 인공강우 물질을 살포한 뒤 항공기로 구름과 강수 입자 변화를 관측하게 된다.

2017년 말 도입된 기상청 기상항공기 제원 [자료 기상청]

2017년 말 도입된 기상청 기상항공기 제원 [자료 기상청]

이와 함께 천리안 기상위성과 기상레이더를 활용해 인공강우 생성 효과를 분석한다.

수원 기상대와 주변 자동기상측정망(AWS), 모바일 관측 차량 등을 이용해 강수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다.

환경과학원이 미세먼지 분석

이동식 미세먼지 측정 차량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모습. [뉴스1]

이동식 미세먼지 측정 차량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모습. [뉴스1]

국립환경과학원은 해양의 기상관측선과 내륙의 도시 대기 측정소 등에서 미세먼지를 관측, 저감 효과를 분석한다.

현재 25일 실험지역은 '구름 많음'으로 예보돼 있고, 미세먼지는 '보통'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월 20일 기상항공기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와 비행 고도. 서해 450m 상공에서 오염도가 높았다. [자료제공=국립기상과학원]

지난해 4월 20일 기상항공기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와 비행 고도. 서해 450m 상공에서 오염도가 높았다. [자료제공=국립기상과학원]

주 원장은 "올해 총 15회의 인공강우와 구름 물리 연구를 위한 기상 항공기 운항 계획이 있었고, 이달 21~25일 사이에 첫 실험을 할 계획이 있었다"며 "첫 실험을 미세먼지와 관련된 실험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험은 기상 항공기 연간 운영비용 19억원 내에서 진행되며, 요오드화은 살포로 이번에만 약 700만원의 예산이 추가될 전망이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연구를 시행하는 중이고, 이번 실험의 효과가 미미하다 해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대기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대책을 동원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차원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제거 효과 '회의적'

 국내 최초의 인공강우실험이 1995년 5월 소백산맥 이화령 인근에서 실시됐다. 이날 실험은 기상청 기상연구소가 자체 제작한 6대의 인공강우기(CSG-10)를 동원, 5시간 가량 계속됐다. [중앙포토]

국내 최초의 인공강우실험이 1995년 5월 소백산맥 이화령 인근에서 실시됐다. 이날 실험은 기상청 기상연구소가 자체 제작한 6대의 인공강우기(CSG-10)를 동원, 5시간 가량 계속됐다. [중앙포토]

전문가들은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데 대해 회의적이다.

한반도를 비롯한 중국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는 고기압 영역에 들기 때문에 인공강우로 비를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특히, 시간당 10㎜ 이상, 2시간은 비가 지속해야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는데, 현재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인공강우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지금까지 비는 1㎜, 눈은 1㎝까지 더 내리도록 하는 게 최고 성과였다.

지난 2017년 기상청과 경기도가 함께 인공강우 실험을 9차례 진행했지만,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인공강우의 세기나 지속시간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인공강우 실험 장면 [중앙포토]

국립기상과학원의 인공강우 실험 장면 [중앙포토]

또, 강수량이 적으면 수분이 미세먼지 입자와 다른 대기오염 물질이 결합하도록 부추기는 역할을 해 무게로는 미세먼지 자체가 늘어나는 반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주 원장은 "중국이나 태국에서도 인공강우를 시도했지만, 미세먼지 제거 효과는 발표된 적이 없다"며 "당장은 효과를 거둘 수 없겠지만, 연구결과가 축적되면 활용 가능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술 미국의 74% 수준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육상경기에서 냐오차오에서 높이뛰기 예선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해 8월 15일 육상 시작과 함께 날씨가 좋아져 전날 내린 비가 날씨를 맑게 하기 위한 인공강우였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중앙포토]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육상경기에서 냐오차오에서 높이뛰기 예선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해 8월 15일 육상 시작과 함께 날씨가 좋아져 전날 내린 비가 날씨를 맑게 하기 위한 인공강우였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중앙포토]

기상청은 현재 전 세계 37개국에서는 인공강우와 관련된 15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자원 확보와 우박 예방 등의 목적으로 인공강우를 활용하고 있으며, 상업화된 기상회사가 관련 기술을 확보해 외국에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겨울철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수자원 확보와 적설 증가를 위해 산악 구름을 대상으로 한 기상조절 프로그램을 2006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폐회식 비구름 소산을 위해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하는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항공기 2대와 대포 50문과 로켓 38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1932년 세계 최초의 구름 연구소를 설립한 러시아는 70년간 인공강우를 연구해 구름 소산이나 우박 억제 기술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비교해 기술 수준은 73.8%, 기술 격차는 6.8년가량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 기상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은 가뭄이 심할 때 인공강우에 관심을 반짝 보였다가, 가뭄이 지나면 예산을 줄이는 등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없었다"며 "앞으로는 수자원 확보든, 미세먼지 해결이든 간에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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