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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한발 물러서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8일로 예정된 교원노조 결성 강행을 앞두고 정부와 전교협 소속 교사간에 심상치 않은 파란이 예상되고 있다. 노조결성 간부급 교사 1백여명을 모두 파면하고 공립교사의 경우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형사처벌까지 묻겠다는 정부의 강경 저지대책과 선 노조결성 후 관계법 개정투쟁을 벌이겠다는 전교협 쪽 강행노선이 팽팽히 맞섬으로써 오늘의 시국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과연 이 시국, 이 시점에서 교원노조결성의 강행이 무엇을 뜻하는지 먼저 물어야한다. 교육여건과 환경개선, 민주교육을 위한 노조설립이 현 시국에서 새로운 화약으로 등장해야만 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동의대사태와 조선대생의 의문사로 학원이 긴장으로 감싸여 있는 판에 교사들마저 이에 가세해야 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4·19 직후의 교원노조가 저지와 강행으로 맞서 교육의 황폐화와 정치적 위기까지 몰아왔던 그때의 쓰라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똑같은 양상으로 등장하고 있는 오늘의 교원노조결성 움직임에 우선 우려하고, 강행유보를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비록 교육 내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노조결성이라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교원노조 결성은 부득이 정치투쟁의 양상을 면할 수 없게 되고, 급기야는 학교 밖의 사회전체에 심각한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교원노조 결성 강행은 유보되어야 한다. 노조결성의 강행보다는 그에 앞서 관계법의 개정운동을 교육자답게 평화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과연 교원노조 결성만이 교사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길인가를 그 다음 살펴보아야 한다.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교사들의 내핍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교사 또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지식 노동자다. 그렇다면 교육현장 속의 스승으로서 토사가 받아야할 경제적 대우와 사회적 신분은 공치사로서의 스승이 아니라 존경받는 스승으로서 걸맞은 합당한 대우해야한다. 그것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교사의 경제적 지위향상이 스승의 사회적 신분을 보장한다는 것을 일본의 예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본 교원노조에 의한 분규가 사회적·정치적 문제로 파급되자「인재양성법안」을 만들어 동일 학력 업종 보다 40%가 넘는 교사대우가 단계적으로 이뤄지자 일 교조는 쇠퇴 일로를 걸었다.
교원노조 문제가 「파면」과 「강행」의 대립국면으로만 치달아야하는가를 끝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의 오늘과 미래를 관장하는 문교당국이 아무런 비전, 아무런 정책제시 없이 다수 교원의 목소리를 파면이라는 강공 만으로 대하려는가.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관계법이 오래 전 제출되었지만 그 뒤의 소식이 감감하고 교원의 지위향상을 위한 목소리가 크게 터져 나오기까지 이들의 욕구와 불만을 수용하고 해소하려는 성실한 자세가 있었는지를 묻고싶다. 의식화 교사로 묶어 과잉 단속하고 파면하겠다는 조치만으로 지식사회의 첨병역할을 맡는 교사집단을 올바르게 이끌 수는 없다.
「강행」과 「파면」을 모두 유보하고 다시 교사들의 지위향상을 의한 길이 무엇인가를 새롭게 얘기하자.
학부형의 뜻과 교사들의 의사가 폭넓게 개진되고, 국회가 이를 수용·법제화하는 대화와 토론의 방식에 따라 우리들의 교육방향, 교사들의 지위문제를 민주적 방식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자. 점진적 개선, 이 길만이 우리 교육, 우리 교사들을 살려내는 최선의 방책임을 서로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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