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난해 미국서 35억원 로비자금 사용…김석한 변호사 소속 로펌도 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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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에서 312만 달러(약 35억원)의 로비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쓴 312만 달러의 로비자금은 마이크로소프트·퀄컴 등에 이은 9번째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에 등장한 김석한(70ㆍ사진) 변호사가 속한 미국 로펌 ‘아놀드앤포터케이숄더’를 통해서도 로비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미국 정치자금 관련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CRP) 홈페이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12만 달러,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 출범한 2017년에는 350만 달러를 각각 로비자금으로 썼다. 삼성전자가 지난 2년간 사용한 로비자금은 오바마 2기 행정부(2013∼2016년) 4년간의 규모(604만 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합법적인 대관 로비 활동을 인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로비활동을 벌인 이슈는 모두 81건으로 무역·통상 분야(13건), 전자통신 분야(10건 등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선 "삼성이 미·중 무역마찰이 심화되면서 화웨이나 ZTE같은 중국업체들이 주춤한 틈을 타 5G(세대) 통신장비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로비를 집중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로비 집행 내역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김석한 변호사가 속해있는 아놀드앤포터를 통해 6만 달러를 집행했다는 점이다. 2017년에도 삼성은 현지 미국법인(40만 달러)·삼성물산(9만 달러) 등 총 49만 달러를 아놀드앤포터에 로비 비용으로 지급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이명박(79·구속) 전 대통령 측이 다스의 미국 법률 비용을 삼성에서 대납받을 때 청와대에 수차례 방문해 이 전 대통령과 삼성 간 가교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당시 미 로펌 '에이킨검프' 수석파트너였던 김 변호사는 다스와 김경준씨 간 투자금(140억원) 반환청구 소송에서 다스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검찰은 다스 수사에서 삼성이 김 변호사와 에이킨검프를 창구 삼아 총 67억원의 뇌물을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넸다고 판단했지만, 김 변호사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에서 지난해 삼성전자 다음으로 로비자금을 많이 사용한 기업은 현대자동차(76만달러), SK하이닉스(65만달러), 기아차(57만달러), 포스코(22만달러) 등이다. 삼성보다 로비자금을 많이 쓴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718만달러)·퀄컴(600만달러)·오라클(547만달러)·애플(509만달러)·IBM(395만달러)·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384만달러)·소비자기술협회(363만달러)·지멘스(315만달러) 등이었다. 외국 업체 중 삼성보다 더 많은 로비자금을 쓴 기업은 독일 지멘스뿐이다. 인텔(307만달러), 휴렛패커드(302만달러), 델(278만달러) 등이 삼성 뒤를 이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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