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또 레이더 여론전…주파수 대신 소리만 공개 “조준 증거”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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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논란과 관련해 일본 방위성이 당시 초계기가 수집했다는 전파신호 탐지음을 공개할 방침이다. 20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방위성이 공개하겠다고 한 탐지음은 P-1 초계기의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에 기록된 음성이다. RWR은 레이더 전자파를 소리로 변환한 것으로, 일본이 그동안 공개했던 영상에는 RWR 경보음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 정부에 항의성명 발표 예정 #자민당 “반도체 소재 금수”도 거론

방위성은 이 소리가 사격통제 레이더(화기관제 레이더)를 가동했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격통제 레이더는 목표물을 일정 시간 지속적으로 조준하기 때문에 탐지음도 계속 울리는 반면, 한국 측이 가동했다고 주장하는 탐색용 레이더는 360도를 회전하기 때문에 탐지음에 강약이 있다는 것이다.

방위성의 한 간부는 “수색 레이더와 사격통제 레이더는 음의 강약이나 연속성이 완전히 다르다. 군사 관계자가 들으면 사격통제 레이더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방위 당국 간 협의에선 한·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결렬됐다.

일본이 주파수 정보가 아닌 초계기가 기록한 탐지음을 추가로 공개하기로 한 것은 국내외를 향한 여론전으로 보인다. NHK는 “국방상의 기밀을 지켜가면서 국제사회에 일본 측 주장의 정당성을 호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탐지음 공개와 함께 한국 정부에 대한 항의성 ‘성명문’을 발표하기로 한 것도 국제사회에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성명문에는 한국 구축함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비춤)했다는 주장과 한국 측의 부적절한 대응을 비난하면서 허위 발표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하와이를 방문 중인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이 귀국하는 20일 이후 공개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초계기 논란과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의 하나로 반도체 소재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19일 석간 후지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자민당 내에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불산 플루오르화수소)’ 등 핵심 소재와 부품 수출을 금지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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