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직접대화 자극…긴장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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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소정상회담은 남북한관계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덩샤오핑」(등소평)과 「고르바초프」가 만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앞으로 남북한간에도 대화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자극하게 될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역사적인 회담은 중국과 소련간에 가로놓여있는 현안문제를 논의하고 협력하는데 집중될것이다. 그러나 그 여파는 동아시아에도 있어 미·일·중·소로 구성되는 4강관계를 더욱 느슨하게 만들것이며 한반도에 있어서도 긴장완화와 남북한과 4강간에 실질적인 교차승인을 성취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중국과 소련이 30년만에 정상회담을 재개한다는 사실은 그동안 양국관계와 기타 국제관계에서 일어났던 변화를 잘 반영한다. 1950년대에 결성되었던 중소동맹관계가 1960년 및 1970년대에 적대관계로 변했다가 1980년대 후반에 와서 분쟁은 다시 화해로 전환되고 있다.
이와같이 사태가 급전된데는 소련에서 「고르바초프」가 외교정책에 있어서 이른바 「신사고」를 주도하여 중국측의 요구를 과감히 수용했고 중국에서도 등소평이 「실사구시」의 정신아래 미소간에 3각외교를 슬기롭게 펴면서 이른바 「자주독립외교」를 주도해온것이 크게 작용해 왔던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냉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중소 양대공산강국이 이처럼 상호간에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반도문제는 남북당사자들에 맡긴다는 뜻도 된다. 이제 남북한문제가 중소관계에 있어서 직접적인 쟁점이 되고 있지 않고 있으니 북한은 종전처럼 중소분쟁을 이용하여 양측으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차리는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어렵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소련은 사실상 「두개의 코리아」정책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소련이 한반도문제에 대하여 더 이상 격심한 경쟁을 보일 필요가 없다면 그들은 결국 남북대화와 협상을 긴장완화와 평화의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받아 들이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이 추세는 미소간에 「신데탕트」가 결실하면 할수록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동아시아의 4강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하고 있지 않는 한 주어진 현실에서 남북대화만이 확실한 긴장완화의 길이기 때문이다.
중소 화해는 동아시아에서 미·일·중·소간의 쌍무관계를 통하여 재평되고 있는 4각외교를 활성화하고 있다. 비록 중국과 소련이 자기들간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있지만 그것은 1950년대의 동맹관계로 복귀할 가능성은 없다.
그들은 한편 대미·대일관계도 동시에 개선하면서 이데올로기가 아닌 국가이익의 차원에서 공동영역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소련은 미일에 대하여 더 유리한 입장을 얻고 나아가 아시아및 태평양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국과 먼저 화해하지 않을수 없었다. 「고르바초프」는 그의 「신사고」에 대한 신뢰성을 증대시키고 그가 범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평화공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도 중국정책을 중시해 왔다.
1986년의 블라디보스토크연설과 1988년의 크라스노야르스크연설에서 그는 중국이 요구해온 3개사항 즉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 중소국경에서 감군및 캄보디아에서 베트남군의 철수를 실천할 의사를 밝혔다. 1988년 12월에 UN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그는 중소국경에서 20만군을 일방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선언을 했으니 중국의 요구를 사실상 다 들어준 셈이다.
한편 등소평도 소련이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안보위협을 제거한다면 정상회담에 응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11억인구를 가진 중국은 미소양초강이 함께 중요시해 왔기에 그는 북경에 앉아서 「부시」와 「고르바초프」를 오게하여 「이이제이」의 균형행동에서 최대이점을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베트남군이 금년 9월에 철수한뒤 크메르루주군에 대한 중국의 지원문제가 유일한 쟁점으로 남아 있으나 양국은 기타 광범한 원칙에 대하여는 이견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중소양정상은 영토보전 상호불가침 내정불간섭 형평 및 호혜 평화공존이라는 이른바 「5원칙」에 쉽게 합의할수 있을 것이다.
이에 첨가하여 통상·과학기술·문화등 공동관심사와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같은 시각을 나타낼 것이다. 이밖에 아시아의 안전과 번영에 대하여 군축·민족자결·태평양협력등에 대해서도 양국은 일반적인 의견일치를 보일 것이다.
이처럼 두 대륙열강인 중국과 소련이 화해하고 평화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우리의 북방정책에는 이 변화의 실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수 있게끔 전략적인 사고가 요청된다. 여기서 부연할 점은 「고르바초프」가 북경에서 연설을 통하여 아시아의 비핵지대화와 안보및 군축을 위한 관계국회의등을 다시 요구할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과 소련은 상호간에 쌍무관계를 정상화하여 아시아와 세계에 대한 그들의 외교를 재정비하고 있다. 그들은 이와같이 범세계및 지역적인 시각에서 한반도를 인식하고 있다. 이 사실을 감안하여 우리의 북방정책도 대미안보및 통상협력과 대북한통일정책과의 체계적인 연계와 조화를 이루면서 전략적으로 고려되어야 할것이다.
그러기 외해서는 눈앞의 정치적인 책략을 위한 편의주의나 공작적인 사고보다도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획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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