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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염색 부작용으로 얼굴 까맣게 돼"···피해자 속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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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 염색 이후 피부가 검게 변해버린 피해자들. [뉴스1]

헤나 염색 이후 피부가 검게 변해버린 피해자들. [뉴스1]

"얼굴과 목이 새까맣게 돼버렸어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괴롭습니다. 저에게 헤나는 '지옥의 가루'예요."

울산에 사는 박정숙씨(가명·61세)는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헤나 염색 부작용으로 피부가 까매진 데 대한 고통을 호소했다. 박씨는 지난 2017년 여름 집 근처 한 헤나방에서 '천연염색' 등 홍보문구를 보고 염색을 했다가 얼굴과 목 피부가 검게 변했다. 그가 전염병에 걸렸다고 오해해 곁에 오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대인기피증까지 시달리고 있다.

박씨처럼 '100% 천연성분'이라는 문구를 보고 헤나 가루로 염색했다가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헤나는 인도·네팔 등지에서 자라는 열대성 관목 식물인 로소니아 이너미스의 잎을 말린 가루다. 초록빛이 도는 갈색 가루로 머리카락을 물들이는 작용을 해 물에 개어 사용한다.

천연 헤나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여기에 화학약품을 섞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뉴스1에 "천연 헤나로 염색하면 일반 염색약보다 부작용이 현저히 적다"면서 "특정 헤나방에서 이상반응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색을 내기 위해 불법적으로 화학물질을 섞었거나 아예 가짜 헤나가루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헤나 염모제 피해사례(착색). [연합뉴스TV]

헤나 염모제 피해사례(착색). [연합뉴스TV]

이에 정부는 일부 헤나방에서 발생한 피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공정거래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협의해 합동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지난 16일 밝혔다.

주요 점검 내용은 ▶헤나방 영업 현황 점검 및 염색 시술 실태 조사(복지부) ▶무면허 및 미신고 이·미용업소(헤나방) 단속(복지부) ▶다단계판매업자의 반품·환불 등 소비자불만 처리 적절성 조사(공정위) ▶다단계판매업자(판매원 포함) 및 제조판매업자의 '천연100%' 등 허위·과대 광고 단속(공정위, 식약처) 등이다. 품질에 문제가 있는지 수거해 검사하고 보고된 부작용 사례도 분석할 계획이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헤나 제품을 이용해 염색이나 문신을 했다가 피부가 검게 착색되는 등 피해를 본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최근 3년 10개월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들어온 '헤나 위해' 사례는 모두 108건에 달했다. 2015년 4건에 불과하던 헤나 관련 위해 사례는 2016년 11건, 2017년 31건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현재까지 접수건수는 모두 62건으로 2017년 같은 기간 대비 121.4%나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염색제를 묻히고 오래 놔두거나 많은 양의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다며 염색 48시간 전 반드시 귀 뒤나 손등에 염색약을 미리 묻혀보는 '패치 테스트'로 알레르기 유무를 판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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