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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니까 불필요한 말 말라”…법정서 드러난 판사의 품격

중앙일보

입력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중앙포토]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중앙포토]

법정에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변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 판사들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6일 ‘2018년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우수법관과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26명의 사례를 공개했다.

법관평가는 지난 한해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들이 맡았던 사건의 담당 법관(전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다. 서울변회에서 총 2132명의 변호사가 참여했다. 올해 우수법관에는 21명이, 하위법관으로는 5명이 꼽혔다. 우수법관의 평균점수는 96.02점, 하위법관 평균 점수는 58.14점으로 점수의 격차가 컸다.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들에 따르면 하위법관으로 지적된 A 판사는 변호인에게 변론시간을 1분밖에 주지 않았다. 1분이 지나면 발언을 강제로 중단해 변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당 판사는 변호인에게 조정을 강요하며 재판부에서 주도하는 조정에 불응할 경우 판결에 반영하겠다는 의견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응답 변호사들은 지적했다.

문제 법관으로 선정된 또 다른 판사는 사건 당사자나 소송 관계인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B 판사는 “어젯밤 한숨도 잠을 못 자서 너무 피곤하니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말라”거나 “왜 이렇게 더러운 사건들이 오지”라는 말도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건성 재판’ 사례로 문제가 된 C 판사의 경우 판결문에 피고와 원고를 다르게 쓰고, 법조문 내용까지 다르게 써서 변호사들을 당황하게 한 사례가 있었다. 이 밖에도 “이대로 가면 패소”, “이따위 소송 진행이 어디 있느냐”는 등 고성을 지르고, 심증을 드러낸 사례도 거론됐다.

이와 달리 우수법관으로 꼽힌 판사들은 충분한 변론 기회를 보장하고, 당사자 말을 경청, 합리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고 설문 응답 변호사들은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우수법관으로 꼽힌 재판관 가운데는 김배현 서울중앙지법 판사, 유성욱 서울서부지법 판사가 평균 100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영창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종호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정승원 대구가정법원 판사 등이 우수법관으로 꼽혔다.

서울변회는 이 같은 평가 결과를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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