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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감독, 선수를 자기소유라 생각…징계받고도 복직 빈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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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선수의 인생은 감독의 것이 아니다. 한 번이라도 성폭행을 저지르면 영구제명, 퇴출하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체육계 전반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체육계 구조를 바꾸고, 성범죄자의 복직과 재취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구선수 출신인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독이 성폭행을 한 번만 저질러도 업계에서 영구 퇴출하는 등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체육계 내 폐쇄적 구조가 성범죄자의 복직과 재취업을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육계 구조상 감독이 선수 선발부터 합숙 훈련, 시합 출전권까지 모두 관장한다. 그러다 보니 철저하게 수직 관계가 되고, 선수들이 감독에 절대복종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권이 주어지다 보니, 일부 감독들에겐 선수가 자기 소유라는 인식이 있다. 이러한 구조는 선수가 미성년자일수록 더 심각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관련 징계를 받은 지도자들이 또다시 체육계로 재취업·복직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김 의원이 대한체육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징계를 받은 860건 가운데 징계 뒤 복직 재취업한 게 299건, 징계를 받는 중에도 복직·재취업한 사례가 24건이나 됐다.

김 의원은 “해당 사례 가운데는 가해 감독이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복직하거나 영구제명된 전 국가대표 코치가 다른 장애인 실업팀 코치로 재취업한 사례도 있다”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언제든 다시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치·감독이 선수의 출전·진학·취업 등 이들 미래를 쥐고 있는 현실, 그래서 선수가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허점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현재 체육계 징계 정보가 각 기관끼리 서로 공유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신고받는 주체도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로 이원화돼 있다. 또 이렇게 모인 정보들이 각기 따로 운영되고 있다”며 “실제 현장에선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그 감독의 징계를 심사하는 심사위원이 서로 친한 경우도 잦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구체적 방법으로 정보 일원화를 제안했다. 그는 “문체부나 대한체육회가 교육부·교육청에 자료를 제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관리해야 하고, 초·중·고교의 체육지도자가 되기 위해 성범죄 관련 징계 여부 확인을 의무화해야 한다”면서 “성범죄 감독들은 다른 스포츠 단체나 교육기관으로의 재취업이 아예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재 스포츠 공정·인권 업무를 전담하는, 일원화된 독립기구인 '스포츠 윤리센터'를 설립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처벌 강화와 더불어 징계에 불복했을 때 이를 다루는 스포츠공정위 심사위원들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부여해야 한다. 징계자의 범죄 재발 시 심사위원 해촉 등, 솜방망이 징계를 한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심(석희) 선수를 따로 만날 수 있다면 정말 꼭 안아주고 등 토닥여주고 싶다. 얼마나 심리적 압박이 컸겠나. 그래도 제2의 피해자가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 다른 후배·동료들을 위해 정말 큰 용기를 내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엔 구타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가해자가 처벌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라면서 “선수들은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함께 적극적으로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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