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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교육 수술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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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우리사회는 급속한 개방화와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공산주의 이념의 수용여부를 포함한 심각한 이념적 갈등과 변화를 겪고 있다.
북방정책의 숨가쁜 변화는 특히 이념교육분야에 대해 근본적이고도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6일 통일연수원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이념교육 교수협의회(회장 박창희·단국대교수)주최의 「북방정책과 이념문제」세미나에서는 정치발전과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이념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돼 주목을 끌었다.
배찬복교수(명지대)는 「개방화와 민주화에 부응하는 이념 교육의 내용과 방법 개선」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올바른 이념교육이 법행되지 않는 민주화추진은 많은 장애요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배교수는 제대로 된 이념교육이 뒷받침 안 될 경우 중요한 정치문제를 이성적 판단능력이 미약한 일부 민중들의 흥분된 심리적 반응에 따라 해결하려는 경향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념교육에 의한 시민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민주화는 국민의 정치·사회적 기술의 빈곤으로 인해 주의주장파 신념표출이 폭력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흑백 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접근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배교수는『이념과 사상의 교우화 경향은 극우이념에 의한 우익독재와 극좌이념에 의한 기존체제의 전면부정을 동시에 가능케 한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체제유지와 안정보다는 권력유지 및 권력강화를 합리화시키는데 주력하고 교화의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했던 그동안의 이념교육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이념의 내용은 초정권적 차원에서 구성돼야 하며 현행 교과과정을 개편해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체제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념교육의 목표와 내용을 당위적 차원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생활훈련을 통해 실천적 차원에서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주의 국가의 이념교육도 「국가에 대한 의무만을 강조하는 기형적 교육」이 되어서는 안되며 국가의식과 민주의식을 상보적이고 균등하게 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해야한다고 말했다.
배교수는 민주주의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현재의 이념교육은 공산주의이념에 대한 반대·부정 등만을 위주로 하는 소극적·간접적 교육이라고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이해와 실천을 통한 적극적·직접적 교육으로 전환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밖에 「한국 사회의 불평등문제 - 그 실체와 해소방안」(김수근 아주대교수), 「북방정책의 과제와 전망」(김정기 총신대교수), 「마르크시즘의 변형과 주체사상」(박정영 연세대교수)등의 주제발표가 있었으며 대학교수·중고교 교사·공무원·군인 등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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