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사태 대통령담화문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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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참으로 끔찍한 비극이 오늘 새벽 일어났습니다.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불을 질러 여섯 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고 10여명이 중상을 입은 불상사가 발생한데 대해 침통한 심정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며 폭력으로부터 민주사회를 지키기 위해 밤낮 없이 일하는 우리의 젊은 경찰관이 왜 이렇게 무참히 희생되어야하는지… 그 가족들의 통곡과 국민의 비탄의 소리가 지금 저를 끝없는 괴로움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국민여러분도 이 충격적인 소식에 놀라고 가슴아파 하실 줄 압니다.
저는 이 시대의 역사적 과제인 민주화의 요체는 성실한 인내에 있다고 확신해 왔습니다.
성숙한 국민 각계의 자각과 자율의 힘에 의해 새로운 민주질서가 세워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새 공화국의 출범이후 정부의 자제와 인내 속에 민주주의는 각 분야에서 확연히 진전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동의대학교참사를 보며 저는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 모두 어떤 방도를 써서라도 이 사회의 폭력만은 추방해야겠다는 비상한 결의를 다질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무엇이, 누가 이 나라와 사회를 흔들고 있는지 명백해졌습니다.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저 불길 뒤에는 민주사회를 뿌리째 뒤엎고 살인과 방화·납치·파괴를 일삼는 폭력계급혁명세력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학원에서, 노동현장에서, 길거리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사람을 다치게 하며 파출소를 습격하고 무기를 빼앗고 경찰관을 납치·폭행하는 이들의 온갖 폭력파괴행위는 이 사회에서 단호히 추방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절대 용서가 없을 것입니다.
화염병을 제조하고 폭력혁명을 획책하는 거점이나 배후세력에 대해서는 그것이 학원이나 노사현장이거나 어디, 누구든 간에 끝까지 추적하여 법에 따라 처벌할 것입니다.
대학이든, 공장이든 폭력혁명세력의 기지가 되는 일은 문을 닫는 일이 있더라도 막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경찰의 기구·인력·장비를 강화하고 처우를 과감히 개선해 주어야겠습니다.
폭력과 불법을 다스리는데 태만하거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책할 것입니다.
폭력으로 무엇을 이루어보겠다는 모든 세력, 모든 책동에 대해서는 정부가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하여 응징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폭력과 불안이 없는 민주사회의 건설은 정부와 대통령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정치권의 성의 있는 협조와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호응이 반드시 요청됩니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은 폭력을 배격하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오늘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을 예방하고 불법폭력 행위를 엄히 다스릴 수 있는 입법과 조치에 협조해 주어야겠습니다.
국민의 여망에 따라 법과 질서를 확립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정부가 불법을 공권력으로 다스리면 『탄압이다』『반민주다』『수구다』하고 비난하는 지난날의 도식은 민주주의를 함께 실천하는 이 마당에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폭력으로 인명을 살상하고 나라와 국민의 재산을 파괴한 범법자에 대해 이른바 「양심수」니 「정치범」이니 하는 말은 더 이상 있을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를 다져가는 이 상황에서 우리가 맞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은 분명히 민주주의 체제를 뒤엎으려는 폭력범법행위입니다.
사회 각계와 모든 국민이 법질서를 확립하여 불안 없는 사회를 이룩하는데 앞장서고 책임을 다해 주셔야겠습니다.
안정된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의 힘을 모아 주셔야겠습니다.
정당한 의사를 합법적·평화적으로 표시할 때 집회와 시위는 법에 의해 보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폭력과 파괴행위는 이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집회와 시위의 이름 아래 결코 보호될 수 없는 것입니다.
정부와 국민 여러분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력과 불법행위 민주주의와 나라의 장래를 위협한다면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비상한 조처의 발동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사태는 나라나 우리 국민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여러분과 함께 오늘 극렬학생들의 방화로 꽃다운 나이에 숨진 여섯 경찰의 영전에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부상한 여러분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도 순국한 이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는데, 그리고 부상한 젊은이들의 상처를 하루속히 아물게 하는데 뜻을 모아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어려운 여건 속에 전국 곳곳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이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우리 13만 경찰관 여러분께 격려와 위로의 말을 보냅니다.
우리 모두 슬픔을 딛고 일어서서 민주주의의 뜻을 새롭게 되새기고 폭력 없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여는 큰 전환의 날로 오늘을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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