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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 "개성공단, 北에 현금 안 주는 길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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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모습.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모습. [뉴스1]

난항을 겪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의의 해결을 위해 외교부가 협상 레벨을 현재 실무급에서 고위급으로 올릴 전망이다. 현재 제10차 한ㆍ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의는 지난달 11~13일 10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열렸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11차 협의 일정을 잡아서 진행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더 위의 레벨로 올라가는 게 협상의 기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상 간 소통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간 외교가에선 SMA 협의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대통령 특사 또는 정상간 협의를 지금 시점에 진행하는 안에 대해선 부정적 기류를 나타냈다. 그는 “분담금 협상 대사 간, 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또는 외교부와 국무부 (장관급) 채널 등을 통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지난달 미국이 한국 측에 12억 달러의 분담금을 낼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사항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서울 서초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협상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우리 측 한미 방위비협상대사와 미국 측 티모시 베츠 한미 방위비협상대사가 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서울 서초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협상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우리 측 한미 방위비협상대사와 미국 측 티모시 베츠 한미 방위비협상대사가 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의 또 다른 요구 사항인 협상 유효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고위 당국자는 “현실적으로 매년 협상을 하는 것은 부담”이라며 “북핵 문제 등을 놓고 한ㆍ미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1년마다 이 협상을 하는 건 비현실적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북핵 협상과 관련, 고위 당국자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2월말~3월초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이 당국자는 설 연후 전후로 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빠르면 1월말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날 수 있다는 예측이다.

11일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최근 동향으로 볼 때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위한 회담이 조만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며 고위급 회담의 개최 임박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 "(남북 사이) 과제는 해결됐다"는 요지로 말했다. 문제는 유엔 안보리 제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 "(남북 사이) 과제는 해결됐다"는 요지로 말했다. 문제는 유엔 안보리 제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측에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강조한 것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며 “신고를 꼭 뒤에 놓는다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그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 구체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10일 회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앞으로의 외교적 절차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언급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북한과의 사이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도 말했다. 앞서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화답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했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언급하면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본 개성공단 일대                    [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본 개성공단 일대 [연합뉴스]

고위 당국자는 개인 생각임을 전제한 뒤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면제를 받기 위해 벌크캐시(대량현금)가 (북한에) 가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의 임금을 지급하며 발생하는 벌크캐시 유입 문제를 우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임금 지불을 현금이 아닌 현물로 대체하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강경화 장관도 11일 국회에서 “미국이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선 안보리 제재 성격상 현금 유입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비핵화 조치의 진전과 연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벌크캐시의 대북 이전(2094호)과 유엔 회원국 금융기관의 북한 내 사무소 및 은행 계좌 개설(2321호)을 금지하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ㆍ일 관계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말을 아꼈다. 고위 당국자는 “외교부로서는 절제하고 과잉반응을 안 하려 한다”며 “그런데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나서서 더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다. 쉬운 답은 없다”라고만 답했다.

전수진ㆍ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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