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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제품을 숨쉬게 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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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디자이너'하면 흔히 패션 디자이너를 연상하지만 이색적인 디자이너도 많다. 컬러리스트, 소리 디자이너, 퍼퓨머(perfumer), 플레이버리스트(flavorist), 소재 디자이너….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전문가라 LG그룹은 이들을 '오감(五感)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이들은 첨단 휴대전화의 음향부터 치약의 맛까지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제품에 감정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LG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술로 차별화했다면 요즘에는 감성으로 차별화한다"며 "고객의 오감 만족을 위해 하이테크.하이터치(High Touch) 마케팅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색(色)을 밝히는 사람들-LG화학 컬러리스트

LG화학 익산공장에는 2001년 설립된 '컬러디자인센터'가 있다. 단순히 고객이 요구하는 컬러를 재현하는 곳이 아니라 컬러에 대한 연구 개발과 제품 제안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의 컬러리스트들은 자동차.가전제품.생활용품에 소재로 사용되는 합성수지의 컬러를 개발하는 등 금속을 제외한 모든 소재에 색을 입힌다. 바다처럼 시원한 느낌을 주는 누드 모니터, 물통을 투명 소재로 만든 가습기, 보석처럼 빛나는 목걸이형 MP3 플레이어 등의 히트상품들은 모두 이들이 개발한 독특한 색상을 사용했다. 김철규 디자인센터장은 "컬러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옛날엔 1년 정도였던 색상 사이클이 이제는 서너 달로 줄었다"며 "아무리 좋은 컬러를 만들어도 경쟁사보다 늦으면 헛수고여서 제때 소재를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리도 디자인한다-LG전자 사운드 디자이너

LG전자 MC(모바일)사업본부 단말연구소에는 '사운드 팀'이 있다. 휴대전화의 컨셉트.기능.동작에 알맞은 사운드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곳이다. 차갑고 기계적인 이미지의 휴대전화에 소리로 표정과 감정을 입히는 역할을 한다. 산업공학이나 인간공학을 전공하고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가진 10여 명의 사운드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일상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휴일 놀이터의 아이들 웃음소리, 자동차의 엔진 소리 등 일상의 모든 음향에 귀를 쫑긋 세운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스포츠카폰의 자동차 엔진소리 효과음도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향으로 마음을 움직인다-LG생활건강 조향사

LG생활건강은 올 2월 서울대에 7000여 종의 향 라이브러리를 갖춘 향 전문 연구소 '센베리 퍼퓸하우스'를 세웠다. 이곳에는 향수.화장품에 쓰이는 향을 만드는 퍼퓨머와 치약 등에 쓰이는 '맛'을 만드는 플레이버리스트 등 12명의 조향사가 있다. 이들은 매년 200~300종의 향을 자체적으로 개발한다. 조향사는 향을 배합해 새로운 향과 맛을 만들어내고 화장품 제품에 향을 '입히는' 일을 한다. 보통 70~100여 개의 향을 합성해 하나의 향을 만든다고 한다. 올 1월 출시한 최고급 명품화장품 '후 환유고'의 송이버섯 향은 어떻게 나왔을까. 이 제품은 한방 송이버섯 향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68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3000여 개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개발 주역인 윤보임 조향사는 우연히 들른 백화점에서 이 향을 찾아냈다. 그는 "지하철이나 버스는 물론 백화점이나 시장에서도 항상 사람들의 냄새를 맡고 다닌다"고 말했다.

◆만져 보면 알아요-LG패션 소재 디자이너

LG패션 닥스 숙녀복팀에는 의상의 기초가 되는 소재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브랜드 컨셉트에 맞는 촉감.질감.컬러를 지닌 소재를 개발하는 소재 디자이너가 있다. 직접 디자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렌드에 맞춰 유행 소재를 파악하고 개발해 옷을 더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LG패션 조중기 소재팀장은 "한 번 만져만 보면 어떤 소재로 만들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며 "한 해 시중에 나올 의상 소재의 70~80%를 1년 전에 미리 사둬야 하기 때문에 트렌드 변화에 항상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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